비틀린 인식공유 ‘독직검사’ 감싸
[심층 리포트 검찰] ① 엘리트주의와 집단의식
역대 법조비리 사건을 보면 검찰·법원 내부와 외부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부산 스폰서 파문을 놓고도 전·현직 검사들은 “접대하고 수표 번호를 적어놓는 비겁한 브로커”, “제보 내용대로 성매매를 했다면 문제지만 나머지는 그렇게까지 비난할 일이냐”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술 먹고 청탁 안 들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사고방식이 폭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임 때부터 선배들이 그렇게 가르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얘기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의 부정부패 관행을 폭로한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떡값’에 대해서도 같은 정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즉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고 △제공자가 함께 일했던 판검사 등 잘 아는 사람이며 △액수가 너무 크지 않으면 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검사 시절, 나는 검사들이 ‘진흙 위에 핀 연꽃’이라는 농담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검사가 평소 흙탕물과 같은 자들과 어울리더라도 수사만 연꽃처럼 깨끗하게 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검사들이 삼성 떡값 제공 대상이 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검찰이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독직 검사들을 너그럽게 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간부가 후배 검사들과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친한 사람을 스폰서로 삼는 관행의 찌꺼기가 남았을 뿐이라거나, 첩보 수집을 위해 외부인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상황론도 있다.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난 검사들도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항변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는 박 전 회장과 어울린 검찰 간부들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인한테서 법인카드를 받아 1억여원어치를 썼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김민재 전 부산고검 검사는 다른 검사들과 견줘 징계가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갑을 여는 쪽은 밥만 먹는다는 생각으로 판검사들을 만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내가 맡은 사건이 있거나, 그 사건이 끝났기 때문에 판검사들과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사례들이 오버랩돼 검찰 전체가 부패한 것처럼 비치는 데 불편함을 토로한다. 한 검찰 간부는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법조계가 정화된 점은 잘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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