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감찰과정서 “피의자들 저항해 제압” 진술
피의자들에게 고문·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경찰청의 자체 감찰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20일 “지난 19일까지 사흘 동안 해당 경찰관 5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며 “이들은 ‘피의자들이 심하게 저항하고 자해를 하려고 해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고, 이 때문에 고문당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들이 고문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진행중인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한 피해자 22명 가운데 일부를 직접 조사했다. 또 당시 양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간부들이 이런 사실을 언제 알았으며,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에 대한 직무감찰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전 해당 경찰관 5명을 소환해 밤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경찰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자료와,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경찰관들의 고문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양천경찰서 상황실에 설치된 시시티브이 화면 녹화 자료 가운데 지난 3월9일~4월2일치 기록이 상당 부분 누락된 것과 관련해 고의적인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중이다. 자료 누락이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삭제됐거나 일부러 녹화되지 않도록 조작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고문·가혹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은폐·조작한 것이어서 경찰 지휘부의 책임 논란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전진식 길윤형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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