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 오전 맞벌이부모 일나간 사이
30대, 아이집으로 유인 범행뒤 도주
30대, 아이집으로 유인 범행뒤 도주
대낮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둘 다 주말에도 공장에 나가야 하는 외국인노동자였고, 사건은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 오전에 일어났다. 이날도 부모는 공장에 나가야 했고, 피해 어린이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집 앞 골목길에서 놀다 끔찍한 일을 당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초등학교 1학년 ㄱ(7)양을 성폭행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을 쫓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 남성은 26일 낮 12시30분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혼자 놀고 있던 ㄱ양을 구슬려 ㄱ양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양의 부모는 모두 베트남 이주노동자로, 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어 입국했지만 ㄱ양의 부모는 주말에도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 봉제공장에 출근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ㄱ양은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평일 수업이 끝나면 부모가 일하는 공장으로 가거나 집에서 홀로 부모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도 초등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어서 ㄱ양은 집 앞에서 혼자 놀고 있었고 집은 비어 있었다. 범인은 집 앞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 ㄱ양에게 “집에서 같이 놀자”며 접근했다. 이웃 주민 누구도 범인이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있는 ㄱ양의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범인은 ㄱ양을 성폭행한 뒤 집 안을 뒤져 금반지 2개와 아이 지갑에 있던 1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이 달아난 뒤 ㄱ양은 집 밖에서 혼자 울고 있었고, 이를 본 이웃 주민이 ㄱ양에게 ‘부모한테 연락을 하라’고 도와줬다. 연락을 받은 ㄱ양의 엄마는 공장 일에 묶여 올 수 없었고, 엄마의 연락을 받은 아빠가 집으로 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ㄱ양은 여성·학교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원스톱센터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경찰 관계자는 “ㄱ양이 천만다행으로 수술을 해야 할 만큼 큰 신체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ㄱ양의 진술 등을 토대로 범인이 입고 있던 옷과 타고 온 오토바이 등을 특정했다”며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장안동 일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분석하고, 성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초등학교 안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돼 성폭행당한 지 불과 20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초등생 성폭행 사건도 맞벌이 부부 가정의 어린이가 재량휴일에 학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고, 이번에도 맞벌이 외국인노동자의 자녀가 휴일에 부모나 교사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홀로 방치돼 있다가 피해를 봤다. 형편이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들이 토요일 오전 등 학교의 보호가 없는 시간대에는 치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영등포구 초등생 성폭행 사건도 맞벌이 부부 가정의 어린이가 재량휴일에 학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고, 이번에도 맞벌이 외국인노동자의 자녀가 휴일에 부모나 교사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홀로 방치돼 있다가 피해를 봤다. 형편이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들이 토요일 오전 등 학교의 보호가 없는 시간대에는 치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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