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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건축·재개발 현장 8년 개입 ‘정릉파’ 구속

등록 2005-06-16 18:18수정 2005-06-16 18:18



27억 뜯고 42평 3채 분양권
부두목은 회사차려 돈세탁

두목, 고문, 부두목, 행동대원의 체계적인 조직을 형성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깊숙이 개입해 돈과 아파트 분양권, 사업권 등을 챙겨온 ‘재개발 전문’ 폭력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35명으로 이뤄진 이 조직은 재건축조합에 조직원을 취업시키거나 돈세탁을 하는 등 지능적인 범죄 행각을 벌여왔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16일 서울 정릉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수원시 매탄동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1998년부터 27억원어치의 금품을 뜯어온 혐의(폭력)로 ‘정릉파’ 두목 허아무개(51)씨와 조직원 등 8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16명을 수배했다. 경찰은 또 조합 돈 15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정릉2구역 조합장 박아무개(68)씨 등 2명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정릉파는 지난해 4월 조직원들을 동원한 의정부시 용현동 재건축 조합원총회에서 ㅎ사가 시공사로 선정되자, “우리 애들이 동원되지 않았으면 시공사로 선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사장 김아무개(56)씨를 협박해 11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5월 이 재건축단지의 폐기물 처리공사 약정서를 꾸며 폐기물 처리사업권을 뺏고,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시행사 사장 김아무개(43)씨를 흉기로 찌르며 위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이들은 2001년 7월 정릉5구역 재개발사업 철거업체로부터 5천만원을 뜯어내고, 같은 해 11월에는 재개발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은 고아무개(49)씨를 협박해 5억원을 받아낸 혐의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수원시 매탄동 재건축사업 철거업체 사장 조아무개(43)씨를 협박해 27억6천만원짜리 공사를 그만두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이들은 정릉2구역 조합으로부터 42평형 아파트 3채의 분양권을 두목 허씨 여동생(42) 등의 이름으로 건네받고, 취득세도 조합이 대신 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릉파는 이 조합에 조직원 김아무개(34)씨를 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경찰은 “두목 허씨는 1993년 이후 정릉동 일대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추진되자 다른 폭력조직 2개를 끌어들여 조직을 확장하며 대비했다”며 “갈취한 돈을 조직의 부두목이 이사로 있는 회사를 통해 세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정릉1·2구역 재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900만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성북구청 직원 김아무개(44)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정릉파 두목 허씨가 시공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직원들을 조합원총회 등에 동원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폭력배와 대형건설업체인 시공사들의 구체적인 유착관계를 두고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날 있지도 않은 재건축 사업을 빌미로 돈을 받아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와 공사 하도급 계약을 주는 조건으로 돈을 챙긴 건설사 및 조합원 간부가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홍아무개(47)씨 등 4명은 4월 “서울 독산동 일대가 재건축돼 연립주택을 구입하면 아파트 입주권과 이주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강아무개(52) 씨 등 2명으로부터 1억2천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서울 잠실 1단지 재건축사업에서는 재건축조합 전 부조합장 고아무개(56)씨가 2003년 부인 최아무개(54)씨 등과 짜고 건물철거공사를 주겠다고 속여 건설업자로부터 59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잠실 3단지 재건축사업에서 공사를 맡은 ㅎ건설 간부 김아무개(47)씨가 지난해 6월 하도급계약을 조건으로 업체로부터 25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홍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최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본영 김남일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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