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 국제학교 침입
50여명 인질 잡아
총격전 끝 5시간만에 진압
세계적 유적 앙코르와트로 들어가는 관문도시인 캄보디아 북서부 시엥립의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 5명 등 50여명이 16일(현지시각) 학교에 침입한 무장괴한들에게 인질로 잡혔다. 한국인 학생들은 6시간여 만에 무사히 풀려났지만, 함께 있던 어린이 1명은 목숨을 잃었다. <에이피통신>은 캐나다 국적의 3살 소년 1명이 인질범들의 총에 맞아 숨졌으며, 캄보디아 경찰이 이날 오후 진압작전을 벌여 총격전 끝에 인질범 4명 중 2명을 사살하고 2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아카보 소총 한 자루로 무장하고 복면을 쓴 인질범들은 이날 오전 9시께 국제학교에 들어가 안에 있던 일부 학생들을 내보낸 뒤 학생과 교사 등 50명이 넘는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어린이들은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미국 등 15개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범들은 총 여섯 자루와 수류탄 6개, 미화 1천달러, 타이로 넘어갈 미니밴 한 대를 요구조건으로 내세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 어린이에게 총을 쏘았다고 캄보디아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프락 찬토에우에 시엥립 경찰서 부소장은 <아에프통신>에 “경찰이 학교 근처 건물에서 공중에 몇번 총을 쏜 뒤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와 투항할 것을 촉구했고 이후 나오는 그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인질들이 풀려나기에 앞서 학교 내부에서는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시엥립 국제학교에는 한국인 학생 20여명이 다니고 있으며, 이 가운데 5명의 학생이 억류됐었다”며 “억류된 한국인 학생들은 2~6살 어린이들로, 인근 앙코르와트 유적과 관련돼 현지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자녀들”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국제학교에는 주로 시엥립에 와 관광업이나 보존 사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의 자녀 150여명이 다니고 있다. 유강문 기자, 외신종합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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