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
김미화씨와 같은 경험 글 올려…유창선씨 “나도 피해자”
KBS 반박회견…김미화씨 ‘블랙리스트’ 발언 파장 확산
KBS 반박회견…김미화씨 ‘블랙리스트’ 발언 파장 확산
방송인 김미화(사진)씨의 ‘<한국방송>(KBS) 블랙리스트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방송은 고소라는 강경 대응으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주장들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 여부’가 아닌 ‘블랙리스트 기능을 발휘하는 강력한 게이트키핑’이 사태의 핵심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방송은 “케이비에스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란 김미화씨 글이 트위터에 올라온 6일 곧바로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날 ‘뉴스9’에선 사쪽의 반박을 비중 있게 다루며 김씨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 7일엔 기자회견까지 열어 “케이비에스에서 진행자나 출연자의 선정과 교체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대현 부사장은 “김씨는 2005년 6월부터 12월까지 ‘티브이(TV) 책을 말하다’ 엠시(MC)를 끝으로 고정 출연한 적이 없었다. 최근엔 금년 4월4일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터로 출연한 적이 있고, 4월10일 ‘사랑의 리퀘스트 특집-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에도 출연했다”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면 어떻게 출연이 가능했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두 번째 글을 올려 한국방송의 법적대응에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좌? 우? 블랙(black)? 화이트(white)? 정말 지치지도 않는다”며 “내일? 승소한 좌파논란 입니다만, 고등법원에서 재판받는다. 곧? 영등포경찰서에 불려 간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썼다.
김씨와 같은 경험을 했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제기됐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케이비에스 책을 말하다’의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밝혔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같은 날 블로그에 글을 올려 “2009년 1월 당시 고정출연 중이던 케이비에스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담당 피디에게 확인한 결과 사유를 알 수 없는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관계자는 “진중권·유창선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행동은 6일 논평을 내어 “실제로 블랙리스트가 문건의 형식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현재 케이비에스 내에는 이미 블랙리스트 기능을 발휘하는 강력한 게이트키핑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며 “굳이 누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지시하지 않아도 제작진이 김인규씨를 비롯한 경영진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인을 출연시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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