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헌소 공개변론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건당 단돈 1원에 팔려나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악성댓글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의 실효성은 어느 정도일까?
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하루 방문자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려면 반드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거치도록 한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 청구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 1월 손아무개씨 등 3명은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 기사를 읽고 댓글을 쓰려고 했지만 실명 등록을 하지 않아 불가능했다’며,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조항(제44조)이 익명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쪽 대리인인 전종원 변호사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2007년 도입됐지만 악성댓글은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이 제도로 악성댓글이 2% 정도 줄었다고 했지만, (실명제로 인해) 댓글 자체가 줄어든 효과이지 악성댓글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침해 유형의 54%가 주민번호 도용인 것을 볼 때 실명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명제가 아니어도 아이피 주소 추적을 통해 불법 게시물 추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 쪽 대리인인 노수철 변호사는 “본인 확인 뒤에는 실명 노출 없이 가명이나 아이디로 댓글 등을 쓸 수 있다”며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책임있는 공론의 장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그동안 실명제 적용을 받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만 국외에 인터넷 주소지(도메인)가 있다는 이유로 적용을 면제했다. 송두환·이공현 재판관은 유튜브의 실명제 적용 제외를 거론하며 실명제의 실효성과 국내 사이트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송 재판관은 “이런 규제를 하는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런 법 아래에서 네티즌들이 대거 국외 사이트로 이동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규제의 실효는 거두지 못하면서 국제적 이미지 훼손만 우려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청구인 쪽 참고인으로 나선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매치기를 막으려면 보행자 실명제를 하면 된다”는 비유를 들어, 국가가 모든 게시물에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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