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78) 통일문제연구소장
대법 뉴타운 조합인가 취소 판결
강제 철거 위기 벗어나 ‘새출발’
강제 철거 위기 벗어나 ‘새출발’
“자주·해방·통일을 거역하는 썩어빠진 반역의 물살에 집은 떠내려갔어도 삼태기 하나를 들고 살아난 꼴이다. 이제부터 그 삼태기에 바사진 자갈이라도 모아서 통일문제연구소를 다시 일으키자.”
백기완(78·사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으로 헐릴 위기에 몰렸던 연구소가 9일 대법원 판결로 강제 철거 위기에서 벗어난 뒤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김아무개씨 등 서울 명륜동 주민 20명이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지난 8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조합설립 인가를 위한 주민 동의율이 77.52%로 법이 정한 80%에 못 미친다”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1967년 처음 문을 연 통일문제연구소는, 지난 88년 민주화 열기가 뜨거울 때 ‘통일마당집 벽돌쌓기 운동’으로 명륜동에 터를 잡았다. 당시 백원짜리 동전부터 버스표, 전철표까지 내며 십시일반 참여한 시민이 10만여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8년 이른바 ‘뉴타운 사업’으로 연구소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개발계획이 나오자,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통일문제연구소 살리기 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비대위 쪽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개발로 이득을 보려는 건설자본과 조합·관청의 막무가내식 개발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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