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물량 사료용 처분 방침에 반발 확산
전농 등 단체결성 “남북관계 출구전략 필요”
전농 등 단체결성 “남북관계 출구전략 필요”
정부가 140만t에 이르는 재고 쌀의 일부를 동물 사료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북쪽으로 재고 쌀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농민단체와 종교계, 정치권, 통일단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북쪽에 쌀을 지원하기 위한 ‘식량지원운동본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35개 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5개 야당은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통일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대북 쌀 지원을 비롯한 민간교류가 중단돼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매년 북한에 40만t씩 지원되던 쌀이 지난 2년 동안 고스란히 쌓여 쌀값이 폭락함으로써 농민들까지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년 동안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현재 쌀 재고가 적정량(72만t)의 2배인 140만t에 이르렀고 쌀값도 1년 사이 15%나 폭락하는 등 쌀값 대란이 일어났다.
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통일쌀 기금 모금운동과 통일쌀 공동경작 사업, 바자 등을 통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대중운동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종교계와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가 합류해 ‘식량지원운동본부’(가칭)를 조만간 출범시킬 계획이며,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제4차 화해공영포럼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단절 없이 재개해 나가야 한다”며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지원과 함께 보건의료 물자부터 우선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보수 개신교 목사들이 포함된 5대 종단 지도자 500여명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결성하고 “지금 북한은 1990년대 후반기와 같은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봉착해 수많은 주민들이 굶고 있다”며 “정부는 남북간의 교류·협력과 인도적 대북지원 중단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전찬익 농업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의 쌀 대란을 해소하려면 연 40만t의 잉여 물량을 나라 바깥으로 덜어내는 방도밖에 없다”며 “근본대책으로는 과감한 생산조정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나, 단기적으로 북한 쌀 지원이 유일하고 현실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사료용 처분대상으로 잡고 있는 2005년산 재고 쌀은 11만t 정도에 불과하다”며 “북쪽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되겠지만 천안함 정국에서 농식품부가 나서 대북 쌀 지원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농업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는 “2008년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식량지원도 거의 중단됐다”며 “비료 지원까지 끊어졌기 때문에 올해 북한의 작황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정대하 이제훈 황춘화 기자 koala5@hani.co.kr
한편 북한농업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는 “2008년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식량지원도 거의 중단됐다”며 “비료 지원까지 끊어졌기 때문에 올해 북한의 작황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정대하 이제훈 황춘화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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