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총장 “고대정신 배워야”…학생들 냉담
철학, 수학, 역사학, 그리고 고려대‘학(學)’?
고려대(총장 이기수)가 오는 2학기부터 고려대 정신을 연구한다는 의미의 ‘고려대학(Korea University Studies)’이라는 강의를 개설한다고 밝혀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이기수 총장은 지난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화는 우리 민족의 전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며 “100여년간 우리 역사의 굴곡과 함께하며, 이를 개척해온 고려대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어 “고려대학 강의를 전학년을 대상으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학’은 총장과 한국사학과 교수 등이 수업을 맡는 1학점(1시간)짜리 교양강의로, 이수 또는 미이수(pass or fail)로 평가받게 된다. 1학년 신입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며, 월요일 1교시(75분)에 운영된다. 고려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다음주께 나올 예정이며, 2학기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내년에는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난 5월 교내신문에 이런 사실이 간단히 보도됐지만 모르는 학생이 많았다. 1학년 조아무개(19)씨는 “다른 수업 듣기도 벅찬데, 그 수업을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굳이 수업으로까지 개설할 필요가 있나 싶고, 외부에서 보면 웃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졸업생 홍아무개(32)씨도 “종교재단 학교의 종교과목 의무이수가 연상된다”며 “학교설립자의 친일논란이나, 권위적이고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고대 문화 등도 수업에 포함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도 “무엇을 가르치려는 건지 궁금하다. 고려대‘학’이란 이름에 할 말을 잃었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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