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평균수심 변화
정부, 4대강 퇴적 심각 ‘대규모 준설’ 주장하지만
환경정책평가연 보고서 “침식 계속…2.95→4.41m”
환경정책평가연 보고서 “침식 계속…2.95→4.41m”
지난 100년 동안 낙동강이 침식 경향을 보이며 오히려 수심이 깊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 하천을 관리하지 않아 퇴적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4대강에 대규모 준설작업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 대규모 준설 필요한가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최근 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정 하천공간 확보방안 연구>에서 1910년대와 2000년대의 낙동강 62개 지점의 수심을 비교 분석했더니, 평균수심이 2.95m에서 4.41m로 1.5배 깊어졌다고 밝혔다.
100년 동안 낙동강은 지속적인 침식 경향을 보였다. 퇴적현상이 심한 갈수기(평균수심 4.20m)에도 침식 지점은 40곳으로, 퇴적 지점 22곳의 2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와 댐 조성으로 토사 유입이 줄었고, 계속되는 골재 채취로 지류 유입부를 제외하고는 퇴적이 아닌 침식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하상(강바닥)이 높아진 지점의 준설이 필요하다는 식의 결론을 도출하기에 비약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조선총독부가 1914~18년 펴낸 <근세한국오만분지일 지형도>를 통해 과거 수심 자료를 확보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런 조사 결과와 다르게 과거부터 퇴적물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강바닥에서 대량의 흙을 한번에 퍼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종합계획서인 ‘4대강 마스터플랜’은 “하천 유지관리 미흡으로 토사가 장기간 퇴적·방치됐다”며 대규모 준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홍보자료 등도 “퇴적 토사가 쌓여 홍수와 가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정부는 4대강에서 5억2000만㎥를 긁어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낙동강에서 전체 준설량의 85%인 4억4000만㎥를 퍼낼 예정인데, 이는 남산(5000만㎥)의 9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이미 필요한 만큼의 준설은 지류 유입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규모 준설은 홍수 방지의 근거로 불충분하며, 오히려 하상 전체가 불안정해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토목공학적 접근 벗어나야 현재 4대강 사업은 100~200년 홍수 빈도(통계적으로 100, 200년 만에 한차례 나올 만한 큰 홍수)로 제방 축조·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보고서는 낙동강의 황강 합류부에서 남강 합류부까지 200년과 500년 빈도의 홍수를 가정해, 제방 축조·보수 사업과 근처 지역의 주민 이주사업의 경제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이 경제성이 더 낫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제방으로 강을 막지 말고 강변에 습지 등 홍수터를 조성해 강에 더 많은 공간을 내주는 게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이다. 토목공학적 관리에서 벗어나 홍수보험을 도입하고 하천공간의 이용을 규제하는 등 주민이 동의하는 사회적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준설과 제방 보강 및 건설 등 구조적 방안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하는 홍수량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강변 저류지(홍수터) 조성 및 습지, 구하도의 복원 등 하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보고서는 낙동강의 황강 합류부에서 남강 합류부까지 200년과 500년 빈도의 홍수를 가정해, 제방 축조·보수 사업과 근처 지역의 주민 이주사업의 경제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이 경제성이 더 낫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제방으로 강을 막지 말고 강변에 습지 등 홍수터를 조성해 강에 더 많은 공간을 내주는 게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이다. 토목공학적 관리에서 벗어나 홍수보험을 도입하고 하천공간의 이용을 규제하는 등 주민이 동의하는 사회적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준설과 제방 보강 및 건설 등 구조적 방안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하는 홍수량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강변 저류지(홍수터) 조성 및 습지, 구하도의 복원 등 하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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