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리사학 패소 판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정이사 선임 등 사립학교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의결할 때, 비리로 물러난 설립자 등 옛 재단 쪽 의견을 무시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사분위의 상지대 정이사 최종 선임을 앞두고 나온 이번 판결이, 입시 부정 등 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 등의 복귀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지태 사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학교법인 ㅅ학원 설립자인 정아무개(89)씨 등이 “우리에게 정이사 선임권을 주지 않고 임시이사들이 선임했던 정이사들을 다시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이사장은 학교 재산을 횡령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80억원을 받고 경영권을 팔기도 했다”며 “나머지 이사들도 이사장의 전횡을 방치해 온 점에 비춰 사분위가 정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옛 재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잘못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임시이사들에 의한 정이사 선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어도 그동안 정이사들은 ㅅ학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왔다”며 “사분위가 ‘절차상 문제만 보완해 이들을 다시 정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교육청의 학교 정상화 방안을 의결하고, 이를 교육청이 따른 것에는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은 2004년 설립자 정씨에 이어 이사장에 취임한 정씨의 아들이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해 이사장과 이사·감사들을 선임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의 임원 승인을 취소했다. 교육청이 선임한 임시이사들은 정이사 9명을 새로 뽑았고 이후 학교 운영은 정상화됐다. 그러나 정씨는 2008년 ‘ㅅ학원 임시이사에 의한 정이사 선임은 무효’라는 판결에 따라 교육청이 사분위를 통해 선임이 무효된 일부 이사를 정이사로 재선임하자 소송을 냈다.
김남일 정인환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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