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한중일 청소년 역사체험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7일 미나미보소시 다이부사미사키 자연공원에서 손을 맞잡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미나미보소/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청소년이 꼽은 ‘한·중·일 관계개선 위한 조건’
합동 역사캠프 참가자 조사“캠프 통해 선입견 깨져” 많아
합동 역사캠프 참가자 조사“캠프 통해 선입견 깨져” 많아
경남 남해에서 온 이인희(16)군은 이번이 두번째 일본행이다. 중3이던 지난해 축구팀의 일원으로 방문한 경험이 있지만 축구장과 호텔을 전전한 게 전부였다. 당연히 또래의 일본 또는 중국인 친구도 없고, 이들과 진지하게 만나 얘기해본 적도 없다. ▶관련기사 8·9면
이군의 머릿속에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짜증나는 나라’,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무서운 나라’였다. 이군은 “언론을 통해서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실제 우리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번에 일본, 중국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가졌던 선입견이 많이 깨졌다”고 말했다.
한·중·일 청소년들의 역사교류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겨레>는 지난 4~9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제9회 한중일 청소년 역사체험캠프’의 한국 쪽 실무를 맡은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와 함께, 이번 캠프에 참여한 만 13~20살의 청소년 99명(한국 36명, 일본 24명, 중국 39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식조사를 벌였다. 통계학적 분석을 하기엔 표본 수가 너무 적긴 하지만, 세나라 청소년들의 주변국들에 대한 인식과 역사교류의 효과를 판단해볼 수 있는 사례라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세나라 청소년들에게, 상대국에 대해 ‘매우 친근하다’(1점)부터 ‘매우 친근하지 않다’(5점)까지 5개의 보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그 평균값을 산정해봤다.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에 느끼는 친근감은 2.74점으로 ‘친근하다’(2점)와 ‘보통이다’(3점) 사이였다. 중국에 대해서는 2.91점이었다. 일본 청소년들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2.0점으로 중국(2,78점)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국 청소년들의 상대국 인식은 한국 2.41점, 일본 2.66점이었다.
‘친근하다’고 답한 청소년 대부분은 ‘문화적으로 익숙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 학생들은 24명 가운데 18명이 ‘한국이 친근하다’고 답했다. 주관식으로 이유를 물으니 대부분의 학생(60%)이 ‘한국의 음악·영화·드라마 등을 알거나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 등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7일 밤 열린 ‘한국의 밤’ 행사 때는 한국 여학생들보다 일본 여고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소녀시대의 ‘지’와 ‘소원을 말해봐’ 등의 춤을 완벽히 따라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견줘 중국이 친밀하다고 답한 일본 청소년은 8명뿐이었다. ‘한국에 견줘 교류가 적다’, ‘문화를 잘 모른다’ 등으로, 한국에 친밀함을 느낀 것과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캠프를 통해 상대국 또래들을 만난 뒤에는 ‘이웃나라를 더 잘 알게 됐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본 학생들이 ‘매우 잘 알게 됐다’(1점)와 ‘잘 알게 됐다’(2점) 사이인 1.29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한국(1.72점), 중국(1.92점) 차례였다. ‘주변 친구들에게 참가를 권하겠다’는 응답도 중국(1.51점), 한국(1.62점), 일본(1.69점) 등으로 비슷했다.
각국의 차이를 보여주는 미묘한 응답도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금보다 더 친해지려면 해야 할 일’로 ‘올바른 역사교육’(44.7%) ‘일본의 진솔한 사과’(26.3%) ‘더 많은 교류’(18.4%)를 꼽은 데 견줘, 일본은 ‘더 많은 교류’(46.8%) ‘역사교육’(28.1%) ‘일본의 사과’(15.6%) 순이었다.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의 답변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경제협력’(27.5%)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역사교육’(26.2%) ‘일본의 사과’(21.2%) ‘더 많은 교류’(21.2%) 순이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성균관대 연구교수)은 “사람이 사람을 친밀하게 느끼는 것은 그 나라와 잦은 교류를 하고 문화적으로 익숙하다고 느낄 때”라며 “3개국의 청소년들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진정한 우애를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나미보소/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각국의 차이를 보여주는 미묘한 응답도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금보다 더 친해지려면 해야 할 일’로 ‘올바른 역사교육’(44.7%) ‘일본의 진솔한 사과’(26.3%) ‘더 많은 교류’(18.4%)를 꼽은 데 견줘, 일본은 ‘더 많은 교류’(46.8%) ‘역사교육’(28.1%) ‘일본의 사과’(15.6%) 순이었다.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의 답변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경제협력’(27.5%)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역사교육’(26.2%) ‘일본의 사과’(21.2%) ‘더 많은 교류’(21.2%) 순이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성균관대 연구교수)은 “사람이 사람을 친밀하게 느끼는 것은 그 나라와 잦은 교류를 하고 문화적으로 익숙하다고 느낄 때”라며 “3개국의 청소년들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진정한 우애를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나미보소/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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