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지은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점가 돌풍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한국강연
“정치는 경제에만 매달릴 뿐
‘공동선’이 무엇인지 잊어 다른 주장들이 논의될 때
정의로운 사회로 갈수 있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가 정치를 밀어냈고, 사람들은 정치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가치들에 큰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인문서로서는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지은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초청강연에서 샌델은 정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고, 최근 현안을 비롯한 여러 주제를 놓고 청중들과 생각을 주고받았다. <정의론>의 지은이 존 롤스에 이은 영어권 정치철학계의 대표적인 학자인 샌델은 주로 공동체주의 또는 공화주의적 입장에 서서, 시장만능주의를 비롯한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을 날카롭게 비판해왔다.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려면 전체 사회의 행복을 극대화하거나(공리주의), 개인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자유주의)으로는 부족하며, ‘좋은 삶은 무엇이냐’는 공동선을 고민하는 공동체의 미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을 이루는 뼈대다. 따라서 정치는 마땅히 ‘좋은 삶’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두고 30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토론식 강의를 벌여왔으며, 이 내용을 정리한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다. 이날도 샌델은 자신의 철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두고 ‘시장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자유방임주의 견해와 ‘복지국가 옹호’로 대변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공동체의 공동 목적과 공동선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권리를 앞세우기보다는 공동선이 무엇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제3의 견해에 근거한 비판이다. 그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좋은 삶’에 대한 가치를 따지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공공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한 저녁 초청강연에서 샌델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 사회’라는 개념을 ‘좋은 사회’라는 또다른 개념과 대비시켰다. “공정 사회는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이지만, 좋은 사회는 재화에 어떤 가치를 매길 것이냐는 문제”라는 것이다. 곧 기존 정치가 공정 사회에 대한 논의에 그쳤다면, 새로운 정치는 좋은 사회에 대한 논의를 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공동체주의가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주의·자유주의가 더 유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내가 속한 영미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서 공동체주의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무비판적으로 위계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거부한다”고 답했다. “가치에 대한 공공 논의에 끝이 없으면, 사회에 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토론에 종점이 없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정의”라며 “도덕적 가치에 대한 논의 없이, 경영하고 관리하려 드는 정치로는 그 어떤 민주주의 사회도 존속할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샌델은 이날 공동선과 도덕적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자신의 책에 관심이 높았던 것도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논리가 정치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적인 삶의 가치, 공동체, 연대성, 신뢰, 시민애 등은 줄어드는 가치가 아니라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크고 강해진다”며 도덕적 가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해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학생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샌델은 20일 경희대에서 대중강연을 한다. 4000여명의 청중이 참여할 예정인 이 강연에 대해 그는 “보통 수업 때보다 인원은 훨씬 많지만, 늘 그렇듯 토론식 수업을 펼쳐보겠다”며 여유 있게 웃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공동선’이 무엇인지 잊어 다른 주장들이 논의될 때
정의로운 사회로 갈수 있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가 정치를 밀어냈고, 사람들은 정치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가치들에 큰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인문서로서는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지은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초청강연에서 샌델은 정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고, 최근 현안을 비롯한 여러 주제를 놓고 청중들과 생각을 주고받았다. <정의론>의 지은이 존 롤스에 이은 영어권 정치철학계의 대표적인 학자인 샌델은 주로 공동체주의 또는 공화주의적 입장에 서서, 시장만능주의를 비롯한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을 날카롭게 비판해왔다.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려면 전체 사회의 행복을 극대화하거나(공리주의), 개인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자유주의)으로는 부족하며, ‘좋은 삶은 무엇이냐’는 공동선을 고민하는 공동체의 미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을 이루는 뼈대다. 따라서 정치는 마땅히 ‘좋은 삶’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두고 30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토론식 강의를 벌여왔으며, 이 내용을 정리한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다. 이날도 샌델은 자신의 철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두고 ‘시장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자유방임주의 견해와 ‘복지국가 옹호’로 대변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공동체의 공동 목적과 공동선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권리를 앞세우기보다는 공동선이 무엇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제3의 견해에 근거한 비판이다. 그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좋은 삶’에 대한 가치를 따지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공공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한 저녁 초청강연에서 샌델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 사회’라는 개념을 ‘좋은 사회’라는 또다른 개념과 대비시켰다. “공정 사회는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이지만, 좋은 사회는 재화에 어떤 가치를 매길 것이냐는 문제”라는 것이다. 곧 기존 정치가 공정 사회에 대한 논의에 그쳤다면, 새로운 정치는 좋은 사회에 대한 논의를 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공동체주의가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주의·자유주의가 더 유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내가 속한 영미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서 공동체주의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무비판적으로 위계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거부한다”고 답했다. “가치에 대한 공공 논의에 끝이 없으면, 사회에 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토론에 종점이 없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정의”라며 “도덕적 가치에 대한 논의 없이, 경영하고 관리하려 드는 정치로는 그 어떤 민주주의 사회도 존속할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샌델은 이날 공동선과 도덕적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자신의 책에 관심이 높았던 것도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논리가 정치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적인 삶의 가치, 공동체, 연대성, 신뢰, 시민애 등은 줄어드는 가치가 아니라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크고 강해진다”며 도덕적 가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해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학생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샌델은 20일 경희대에서 대중강연을 한다. 4000여명의 청중이 참여할 예정인 이 강연에 대해 그는 “보통 수업 때보다 인원은 훨씬 많지만, 늘 그렇듯 토론식 수업을 펼쳐보겠다”며 여유 있게 웃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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