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전북 고창군수
이강수 군수에 손해배상
이강수(사진) 전북 고창군수와 박현규 전 고창군의회 의장한테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전 고창군 여직원의 진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결론짓고, 이 군수와 박 전 군의회 의장은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을 하고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위원장 현병철)는 이날 차별시정위원회를 열어 진정인 김아무개(23)씨가 이 군수 등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을 심의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고창군과 고창군의회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두 기관이 대책을 세워 적절히 시행하는지를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법 제2조 5항의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앞서 지난 5월4일 김씨는 인권위에 ‘올해 1~3월 이 군수한테서 누드 사진을 찍자는 성적 괴롭힘을 네 차례 겪었고, 그 현장에서 박 전 군의회 의장이 분위기를 거들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으며, 인권위는 그동안 김씨와 이 군수를 비롯해 목격자, 주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이 성희롱 사건은 6·2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되레 ‘선거를 앞두고 이 군수를 음해하려 한다’는 소문 등에 시달린 끝에 4월26일 사표를 냈고 이어 경찰에 이 군수 등을 고소했다. 경찰은 성희롱 혐의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군수를 불기소 처리했으며, 이에 따라 인권위 진정 사건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렸다.
3선을 노리던 이 군수는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김씨 등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지난 5일 ‘관련 증거들이 피해자 김씨 쪽 진술에 부합한다’며 김씨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씨의 대리인인 황선철 변호사는 “오늘 인권위에서 성희롱 결정이 나왔고, 최근 검찰 내부에서도 성희롱이 있었던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이 군수가 여직원 김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것이 부메랑이 돼 오히려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이 점이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군수를 무고·강제추행 등 혐의로, 박 전 의장을 모욕·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군수가 소속한 민주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9일 4명을 현지에 보내 재조사를 벌였다. 지난 5월 1차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비쳤다. 인권위가 성희롱을 인정하는 쪽을 기운 분위기를 감지하고 뒤늦게 생색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노현정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한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자치단체장과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의장에 의한 성희롱이라는 점에서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늦게나마 이런 사실이 제대로 인정돼 다행”이라고 반겼다. 김씨의 아버지(51)는 “인권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이 군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직접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고창군수 성희롱 의혹 사건 일지(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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