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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정쩡 합헌’ 24건…분란 키우는 ‘5대4’

등록 2010-09-01 08:37

 지난 7월2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침·뜸 등의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는 의료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지난 7월2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침·뜸 등의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는 의료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침뜸 시술·야간집회 금지 등 기본권 침해 관련된 사안 과반 ‘위헌’에도 ‘합헌’ 결정
“위헌 정족수 5명으로 낮춰야” “국회 입법권이 우선” 반론도
#1. 지난달 2일 한 일간지에 의견 광고가 크게 실렸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한의사들의 침·뜸 독점은 사실상 위헌이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이 못 돼 결론은 합헌이었지만 사실상 승리였다.’ 지난 7월29일 헌재가 한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의 침·뜸 시술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내리자 관련 단체에서 ‘사실상 위헌’을 주장하는 광고를 낸 것이다. 그러자 이튿날 대한한의사협회 쪽에서 같은 신문, 같은 지면에 똑같은 크기의 광고로 맞불을 놓았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무면허 한방의료행위가 합법인 양 기만하고 있다.’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1명이 부족한 ‘가까스로 합헌’ 사건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1명이 부족한 ‘가까스로 합헌’ 사건

#2. 지난해 9월 헌재는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재판관 5(위헌) 대 2(헌법 불합치)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재판관 5명이 곧바로 법조항의 효력을 없애자는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낸 소수 재판관 의견으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국회가 해당 법 조항의 개정을 미루면서 관련 사건을 맡은 법원과 집회 업무를 하는 일선 경찰에서는 혼란이 일었다.

헌재가 1일로 설립 22돌을 맞았다. 사회적 갈등 해결이나 약자·소수자의 기본권 구제를 위해 헌법적으로 ‘최종 판단’을 구하려는 사안들이 헌재로 몰리고 있지만, 헌재의 애매한 결정이 오히려 또다른 분란의 출발점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 결정 정족수를 재판관 9명의 과반(5명)이 아닌 6명으로 정한 데서 생겨나는 문제다.

헌법 제113조와 헌법재판소법 제23조2항은 ‘법률의 위헌 결정,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반 다수결이 아닌 3분의 2 이상을 요구하는 ‘가중 다수결’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제까지 헌재가 위헌심판 사건에서 5(위헌) 대 4(합헌)로 ‘가까스로 합헌’을 결정한 사례는 모두 25건(표)이다. 사실상 사문화한 간통죄 조항(형법 제241조) 등이 ‘한끝’ 차이로 법률적 생명을 이어갔다. 첫 사례는 헌재 출범 1년여 만에 나왔다. 1989년 12월22일 토지거래 허가제와 관련한 국토이용관리법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재판관 과반인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헌재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수 없다’며 ‘위헌불선언’을 결정했다. 위헌불선언이라는 말에는 ‘실정법적으로는 합헌이지만 다수의견에 따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헌법학)는 “헌재 초기에 단순 합헌이 아닌 위헌불선언을 한 것은 입법부에 ‘사실상 위헌이니 입법을 새로 하거나 법을 개정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는 96년 5·18 특별법 사건부터는 위헌불선언 대신 단순 합헌으로 선고문에 쓰는 주문의 표현을 바꾸었다.

헌재 안팎에서는 최근의 헌법 개정 논의에 맞춰 위헌 결정의 정족수를 6명에서 5명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수자 보호와 기본권 구제라는 헌재의 기능이 구현되려면 ‘6명 이상’이라는 기준은 너무 빡빡하다는 것이다. 남복현 호원대 교수(헌법학)도 “71년 대법원은 국가배상법에 대한 위헌 판결을 하면서 위헌 결정 정족수를 대법관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한 법원조직법에 대해서도 위헌 선고를 했다”며 과반수 기준에 찬성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헌법학)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때 국회 표결 기준을 강화하는 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높인다면 위헌 결정 정족수를 5명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불기소 처분 등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선 인용 기준을 과반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법적 안정성과 입법권자인 국회의 권한을 존중한다해도 법 규범이 아닌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기준을 과반으로 낮추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처럼 가중 다수결 방식을 유지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국운 교수는 “다수(국회)가 책임지는 민주주의를 우선 존중하고, 헌법 해석으로 이를 뒤집을 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헌법의 태도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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