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위헌 정족수’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자주 비교되는 독일·일본·미국의 위헌 결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재판관이 16명인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8명이 1개 재판부를 구성한다. 각 재판부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의 찬성으로 위헌을 선고할 수 있다. 위헌과 합헌이 동수일 때는 위헌 선고를 할 수 없다.
한국처럼 9명으로 구성되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6명 이상이 출석해 다수결로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법률·명령·규칙 등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는 8명 이상의 재판관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고 규정해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세 나라의 재판소는 모두 한국의 헌재와 같은 ‘가까스로 합헌’은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헌법학)는 “외국의 경우 대부분 과반수로 결정이 이뤄진다”며 “한국의 87년 헌법체제에는 국민이 직접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국회의 결정을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헌재가 쉽게 깰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제정자의 의지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남복현 호원대 교수(헌법학)는 “위헌 결정 정족수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건 심리 정족수를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라며 “재판관 기피나 제척, 출장 등으로 가까스로 7명이 심리를 하게 될 경우 단 2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위헌 결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국운 한동대 교수(헌법학)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 재판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부터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법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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