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상암동에 신축중인 ㅋ아파트 전경. 노인복지주택으로 공사가 거의 완료돼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분양받은 240가구중 200여가구 자격안돼
계약자들 “2년전 계약때 설명 전혀 못들어”
건설사 “계약서에 ‘60살이상만’ 명시” 반박
계약자들 “2년전 계약때 설명 전혀 못들어”
건설사 “계약서에 ‘60살이상만’ 명시” 반박
상암동 노인복지주택 ‘분양사기’ 논란
정부는 노태우 정권 때인 1989년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다며 ‘실버타운’ 개념인 노인복지주택을 도입했다. 1997년 노인복지주택을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래, 건설업체와 계약자들 사이의 사기 분양 논란 같은 갖가지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인복지주택이 ‘복지시설’과 ‘개인 소유 주택’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개념이 섞여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작 이 제도를 만든 정부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오는 1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아파트 입주를 앞둔 임아무개(57)씨는 최근 계약서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60살 이상만 살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이었던 것이다. 2년 전 162.68㎡(49평)형을 13억여원에 분양받았고 절반을 중도금으로 낸 터였다. 계획대로라면 지금 사는 집을 팔고 가족들과 입주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잔금을 다 치르더라도 입주 자격이 안 돼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임씨는 계약 당시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건설회사가 60살 이상 노인과 공동 명의로 계약만 하면 젊은 사람도 거주할 수 있다고 해서 장모와 처의 이름으로 계약을 했다”며 “60살 미만이 살 수 없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118.6㎡(36평)형을 8억원에 분양받은 직장인 장아무개(25)씨 사정도 비슷하다. 2년 전 분양받고는 싶었지만 계약할 자격이 있는 가족이 없었다. 시행업체는 일단 아무나 60살 이상인 사람과 함께 공동 명의로 계약했다가 나중에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을 쓰면 된다고 유도했다고 한다. 장씨는 직원에게 도장과 신분증을 맡겼다. 몇 시간 뒤 직원은 김아무개(68)씨라는 한 인물과 장씨가 공동 명의로 된 분양계약서, 김씨가 장씨에게 지분을 판다는 내용의 ‘부동산거래 계약 신고필증’을 장씨에게 건네줬다. 장씨는 “직원으로부터 계약서를 받았을 당시 계약서를 읽어보지 않은 것은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후회했다. 그러나 장씨는 당시 어느 누구로부터도 60살 미만은 입주가 안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이날 마포구로부터 발급받은 부동산거래 계약 신고필증에는 부동산 종류가 ‘공동주택-아파트’로 명시돼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정으로 입주를 못할 처지에 놓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지구 ㅋ아파트 계약자 200여명은 최근 시행업체와 마포구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노인복지주택’으로서, 60살 미만은 소유·거주·매매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계약자들은 시행업체인 ㅇ건설이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60살 미만도 거주·전매가 가능하다’고 속였거나 오인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분양 당시 각종 매체에 낸 광고, 기사 등을 들었다. 당시 ㅇ건설이 제작한 8장짜리 홍보물을 보면 이 아파트를 ‘주상복합 아파트’라고 소개하고, “분양권 무제한 전매” 따위 홍보 문구도 썼다. 이 아파트가 노인복지주택이어서 60살 이상만 분양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맨 마지막 페이지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 쓰여 있었다.
애초 노인복지주택은 60살 이상에게만 분양·매매가 가능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60살 미만도 분양받고 매매하곤 했다. 그러다 2008년 8월 처벌 규정이 처음 생겼다. ㅋ아파트 분양계약자 대책위원장 표진웅(47)씨는 “240가구 가운데 200여가구가 60살 미만 계약자들”이라며 “건설회사가 법 개정 뒤엔 일반인들에게 분양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분양자를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ㅇ건설은 계약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계약서와 입주자 모집공고에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다”고 명시했고, 이를 계약자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한 계약자가 제기한 분양금 반환소송에서 ㅇ건설이 승소했다고 했다. ㅇ건설 홍보실 쪽은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투자가치를 판단해 서둘러 계약한 건 분양자 쪽”이라고 말했다. 계약자들은 엉터리 분양이 이뤄지도록 방관했다며 마포구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마포구 쪽은 분양 갈등에 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다. 진경식 마포구 도시계획과장은 “노인복지주택의 설치에 관한 사항 가운데 일부는 주택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아마 부동산 거래계약 신고필증에 아파트라고 표기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60살 미만 계약자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법을 개정해달라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애초 노인복지주택은 60살 이상에게만 분양·매매가 가능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60살 미만도 분양받고 매매하곤 했다. 그러다 2008년 8월 처벌 규정이 처음 생겼다. ㅋ아파트 분양계약자 대책위원장 표진웅(47)씨는 “240가구 가운데 200여가구가 60살 미만 계약자들”이라며 “건설회사가 법 개정 뒤엔 일반인들에게 분양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분양자를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ㅇ건설은 계약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계약서와 입주자 모집공고에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다”고 명시했고, 이를 계약자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한 계약자가 제기한 분양금 반환소송에서 ㅇ건설이 승소했다고 했다. ㅇ건설 홍보실 쪽은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투자가치를 판단해 서둘러 계약한 건 분양자 쪽”이라고 말했다. 계약자들은 엉터리 분양이 이뤄지도록 방관했다며 마포구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마포구 쪽은 분양 갈등에 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다. 진경식 마포구 도시계획과장은 “노인복지주택의 설치에 관한 사항 가운데 일부는 주택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아마 부동산 거래계약 신고필증에 아파트라고 표기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60살 미만 계약자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법을 개정해달라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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