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김황식 총리지명’ 우려]
대법관 이어 감사원장 임기 또 안채워
“헌법기관으로서 의무 버리고 권력지향” 비판 거세
법원 내부 “대통령이 사법부 만만하게 봐” 불만
대법관 이어 감사원장 임기 또 안채워
“헌법기관으로서 의무 버리고 권력지향” 비판 거세
법원 내부 “대통령이 사법부 만만하게 봐” 불만
“변호사 개업할 거냐고 묻지 말고 총리 할 거냐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16일. 현직에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원장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 인사청문회 풍경이 바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퇴임 뒤 변호사 개업 여부’는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대법관을 ‘마지막 자리’로 알고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공명정대한 판결을 할 것인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이 인사는 김 원장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들은 지금 이 자리가 마지막이 아니라 권력이 보장된 다른 자리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결국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로 잇따라 임기 중 ‘관직 갈아타기’를 하고 있는 김 원장의 처신이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2008년 헌법이 정한 대법관 임기(6년)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현직 대법관의 가벼운 처신을 두고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 임기(4년)를 절반 정도만 채운 채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 행정부의 총리직을 수락하자 법조계에서는 “법조인이 헌법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 “감사원이 행정부처 감사를 매섭게 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17일 “대법관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공감할 수 없다”면서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고도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그걸 채우지 않았다는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들도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후보자가 역임한) 대법관과 감사원장은 모두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으로, 그 임기를 채우는 것은 법적·윤리적 의무로 볼 수 있다”며 “김 후보자의 처신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의무를 무시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자리를 갈아타면서 아무 거리낌이 없는지 (김 후보자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사원장이 행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는 데 헌법적·법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법부의 수뇌라 할 수 있는 대법관까지 지낸 인사가 행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후임 감사원장을 두고 안대희 대법관 등 사법부 인사가 또다시 거론되는 것을 두고도 법원 내부에선 ‘대통령이 사법부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니냐’, ‘사법부가 무슨 고위직 양성소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관 인사청문회로) 한 번 걸러졌던 사람들만 안전하게 데려다 쓰겠다는 것인데, 이번 정부는 그렇게 사람이 없냐”고 되물었다.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후임 감사원장을 두고 안대희 대법관 등 사법부 인사가 또다시 거론되는 것을 두고도 법원 내부에선 ‘대통령이 사법부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니냐’, ‘사법부가 무슨 고위직 양성소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관 인사청문회로) 한 번 걸러졌던 사람들만 안전하게 데려다 쓰겠다는 것인데, 이번 정부는 그렇게 사람이 없냐”고 되물었다.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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