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권력 감시자’ 임기 무시하고 발탁…“삼권분립 훼손”

등록 2010-09-17 19:43수정 2010-10-27 10:40

[법조계 ‘김황식 총리지명’ 우려]
대법관 이어 감사원장 임기 또 안채워
“헌법기관으로서 의무 버리고 권력지향” 비판 거세
법원 내부 “대통령이 사법부 만만하게 봐” 불만
“변호사 개업할 거냐고 묻지 말고 총리 할 거냐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16일. 현직에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원장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 인사청문회 풍경이 바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퇴임 뒤 변호사 개업 여부’는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대법관을 ‘마지막 자리’로 알고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공명정대한 판결을 할 것인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이 인사는 김 원장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들은 지금 이 자리가 마지막이 아니라 권력이 보장된 다른 자리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결국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로 잇따라 임기 중 ‘관직 갈아타기’를 하고 있는 김 원장의 처신이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2008년 헌법이 정한 대법관 임기(6년)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현직 대법관의 가벼운 처신을 두고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 임기(4년)를 절반 정도만 채운 채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 행정부의 총리직을 수락하자 법조계에서는 “법조인이 헌법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 “감사원이 행정부처 감사를 매섭게 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17일 “대법관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공감할 수 없다”면서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고도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그걸 채우지 않았다는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들도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후보자가 역임한) 대법관과 감사원장은 모두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으로, 그 임기를 채우는 것은 법적·윤리적 의무로 볼 수 있다”며 “김 후보자의 처신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의무를 무시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자리를 갈아타면서 아무 거리낌이 없는지 (김 후보자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사원장이 행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는 데 헌법적·법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법부의 수뇌라 할 수 있는 대법관까지 지낸 인사가 행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후임 감사원장을 두고 안대희 대법관 등 사법부 인사가 또다시 거론되는 것을 두고도 법원 내부에선 ‘대통령이 사법부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니냐’, ‘사법부가 무슨 고위직 양성소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관 인사청문회로) 한 번 걸러졌던 사람들만 안전하게 데려다 쓰겠다는 것인데, 이번 정부는 그렇게 사람이 없냐”고 되물었다.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