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교 붕괴 현장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신진교가 무너져 내린 경기 여주군 연양천 사고 현장에서 24일 오후 이 지역 주민이 무너진 다리를 가리키고 있다. 여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서·양천 배수시설 충분했다”
“침수피해는 펌프장 운영 등 제대로 못한 탓”
“침수피해는 펌프장 운영 등 제대로 못한 탓”
지난 21일 기습 폭우로 발생한 서울 강서·양천 지역의 침수 피해가 ‘천재지변’이라는 서울시 쪽의 해명과 달리,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강수량이었는데도 배수처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상의 ‘인재’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24일 오후 양천구의회 회의실에서 구의원들과 만나 “정부와 서울시가 이번 피해를 천재지변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배수처리를 제대로 못해 발생한 역류 사고”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면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목동빗물펌프장 등 피해 현장을 점검했다.
목동빗물펌프장의 기록을 보면 21일의 시간당 강수 최대치는 양천구청 주변이 61㎜, 목동 71㎜, 신월5동 93㎜, 화곡1동 75㎜ 등이다. 이 네 지점에 쏟아진 비의 평균은 정확히 75㎜다. 이는 “10년 빈도 최대 홍수에 대비해 시간당 강수량 75㎜를 기준으로 배수시설을 설계했는데, 이번 폭우는 이를 넘어섰다”는 서울시의 설명과 맞지 않는다.
박 교수는 “강서·양천 지역의 현재 하수관거로 처리 가능한 양만큼의 비가 내렸는데도 이를 처리하지 못해 놓고, 이제 와서 배수시설을 시간당 강수량 95㎜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변경을 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목동빗물펌프장은 이미 30년 빈도 최대 홍수인 95㎜에 맞춰 설계돼 있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이번에 강서·양천 지역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최대치 93㎜는 목동빗물펌프장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경섭 서울시 물관리국장은 “목동은 신고된 102건의 대부분이 하수도 파손 때문이고, 화곡1동은 3㎞쯤 떨어진 가양빗물펌프장까지 거리가 멀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생긴 일시적 침수”라고 밝혔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도 “강서지역은 시간당 80㎜가 내려 배수시설 용량인 75㎜를 넘어섰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번 피해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인 ‘21일 펌프장의 분별 작동 일지’와 ‘유수지 수위 자료’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펌프장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도 이날까지 이를 받지 못한 조재현 양천구의원은 “원인을 분석해야 대책이 나올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양천구의회는 이들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박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은 뒤 다음주에 침수 피해 관련 특별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임지선 이경미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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