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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 왜곡교과서 채택 ‘총공세’

등록 2005-06-21 19:07수정 2005-06-21 19:07

 21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서점인 기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의 5층 인문과학 책 전시대에 나와 있는 ‘베스트 10’ 목록 가운데 상당수가 역사 관련 책들이다. 한·중·일 공동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가 4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기자
21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서점인 기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의 5층 인문과학 책 전시대에 나와 있는 ‘베스트 10’ 목록 가운데 상당수가 역사 관련 책들이다. 한·중·일 공동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가 4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기자
8월 시한 앞두고 새역모 끌고 문부성 밀고
오는 8월로 예정된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채택 시한을 앞두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역사왜곡 내용을 담고 있는 후소사판 교과서 채택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1년 채택률 0.039%라는 수모를 앙갚음하겠다며 지난해부터 총력전에 들어간 새역모는 이번에 채택률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자민당의 조직적 ‘엄호’를 받고 있어 큰 성과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 시민단체들에서는 역사왜곡 교과서가 일본 청소년들에게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역모는 이번주부터 전국에서 시작되는 교과서 전시회를 발판 삼아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다. 이번 전시회에는 역사·공민 등 사회과에서 8종의 교과서가 참가했다.

도쿄도 편향된 자료 제작 일선학교 배포
자민당도 전폭 지원…시민단체 위기감

지자체·문부성을 전면에=극우파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지사로 있는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 회의를 열어 ‘중학교 교과서 조사연구자료’를 승인했다. 이 자료는 새역모 교과서에 유리한 항목들로 가득하다. 자료는 새로운 조사사항으로 △일본의 신화와 전통에 대한 관심 △북한의 납치문제 기술 △자국 영토를 둘러싼 문제 기술 등을 비교해 제시했다. 자료는 납치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새역모 교과서의 기술 내용이 가장 많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심지어 교과서에 적힌 행수를 비교한 대목도 있다. 새역모가 그동안 이런 내용을 내세워 왔다는 점에 비춰 이번 자료는 새역모 선전물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자료가 도립 중·고 일관교와 장애인(양호)학교의 교과서 채택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 학교의 교과서 채택권은 도 교육위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 교육위는 또 도쿄도내 구·시·정·촌 교육위에도 이 자료를 보내 교과서 채택의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역사교육 관련 단체들은 “특정 교과서에 유리한 항목들만 잔뜩 뽑아 기준이 되는 자료를 만든 자체가 매우 편향된 행위”라며 도 교육위를 비난했다. 다와라 요시후미 ‘교과서 네트21’ 사무국장은 “도 교육위는 기초 지자체 교육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 연구자료 통보가 상당한 파괴력을 낳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새역모 쪽은 또 문부과학성을 통해 교과서 채택의 기준이 되는 교육지도 요령 가운데 새역모 교과서에 유리한 내용이 강조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 교육장 명의의 통지를 각 교육위에 내려보내도록 했다.

전폭 지원 나선 자민당=자민당 구마모토현 청년국은 지난달 21일 새역모 지원을 위한 ‘교과서문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교육관계자 등 300명이 참석한 이 심포지엄에는 야기 히데쓰구 새역모 회장이 기조강연을 하면서 새역모 교과서 채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애초 문부성 고위관리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무관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여론에 부닥쳐 좌절됐다. 시모무라는 “교과서에서 위안부 등의 기술이 줄어든 것은 참 잘된 일”이라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의 망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자민당 미야자키현 의원연맹 주최로 교과서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자민당 지부가 마련한 새역모 지원 행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아베 신조 간사장 대리(당시 간사장)가 역사교과서 채택 문제에 중앙과 지방이 함께 대응해야 하고, 청년·여성국이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자민당이 주도하는 현과 시·정·촌 의회는 교과서 채택과 관련해 “주변국의 간섭에 영향받지 않을 것” 등 새역모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청원·진정을 통과시켜 교육위원회에 대한 압박을 더하고 있다. 도쿄도에서만 도시마·마치다·후추 등 6곳에서 이런 청원·진정이 통과됐다. 세타가야 등 4곳에선 심의 중이다. 일부 현에선 현 교육위가 시·정·촌 교육위를 지도하는지에 대해 자민당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기세오른 새역모=새역모는 오사카,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 지역 단위로 우익단체와 함께 심포지엄이나 학습회 등을 열어 세 과시 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교육 관계자와 지역주민들이 교과서를 비교할 수 있는 법정 교과서 전시회가 본격적으로 열림에 따라 새역모 지지자 동원 계획을 세우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새역모는 특히 별도의 앙케이트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새역모가 도쿄지부 총회에서 배포한 문서를 보면, △새역모 교과서의 나은 점과 다른 교과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것 등을 담고 있다. 또 “<아사히신문>에서 비난해 매우 나쁜 교과서인 줄 알았는데 실제 보니 대단히 뛰어난 교과서”라는 식의 ‘모범 답안’도 제시해놓았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나카야마 나리야키 문부상 등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노골적인 홍보에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새역모 쪽이 가장 상징성이 높은 도쿄도의 채택지구 가운데 적어도 절반 이상을 새역모 교과서가 휩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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