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컨트리클럽 경영권 분쟁 소송
재일동포 “전 신한 직원이 주식 빼돌려” vs 전 비서실장 “적법 매매”
제일CC 경영권 싸고 마찰…‘라 회장 연관’ 공방
제일CC 경영권 싸고 마찰…‘라 회장 연관’ 공방
1982년 신한은행 주주 일부를 포함한 재일동포 주주 70명이 돈을 모아 1988년 문을 연 경기 안산의 골프장 제일컨트리클럽(주식회사 제일스포츠센타)이 현재 극심한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다. 주주들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강아무개씨가 “위임한 주식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씨는 “적법하게 이뤄진 매매”라고 맞서고 있다. 신한은행이 재일동포 주주들의 재산을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멋대로 처분했다는 최근의 주장들과 궤가 같다. “재일동포들이 조국을 잊지 않도록 푸른 광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건설된 이 골프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재일동포 주주 70명은 1983년 1인당 3억원씩을 골프장 건립 투자금으로 내놓았다. 재일동포 자금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은 이들의 골프장 건립에 팔을 걷고 나섰고 초대 사장은 신한은행 출신 이아무개씨가 맡았다. 그런데 회원 모집이 끝나고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주주들에게 투자금 3억원 중에 5천만원만 주식 형태로 남겨놓고 2억5천만원을 각각 돌려주기로 했는데, 70명 중 15명이 이 돈(합계 37억5천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투자금뿐 아니라 주식도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 주주들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강씨는 2007년에 제일컨트리클럽이 주주들에게 이익금을 배당하는 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배당을 받은 손아무개씨 등 4명의 주식 4만주가 ㅁ상호저축은행 등에 60억원에 넘어갔으니, “과거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손씨 등 4명은 “주식을 넘겨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본인들 모르게 주식이 거래됐다는 것이었다. 이듬해 강씨는 문제의 주식 4만주를 ㅁ상호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사들이게 된다.
이에 제일컨트리클럽 쪽은 “재일동포 자연인만 주주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재일동포 주주가 아닌 ‘외부세력’이 경영권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주주총회에서는 강씨의 주총 의결도 막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제일컨트리클럽은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과 주주총회 결의 취소 청구 소송 등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됐다.
신한은행 재일동포 주주들의 명의가 도용되고 한국에 투자한 자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사건의 중심에 라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강씨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일동포 주주들은 이 사건들과 라 회장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쪽은 “강씨는 이미 11년 전에 회사를 나간 사람”이라며 “사인간의 분쟁일 뿐 신한은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강씨 쪽과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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