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부상을 치료하다 전부터 앓던 병이 악화됐다면 가해 운전자가 일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원유석)는 12일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과거 질병이 악화되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교통사고 피해자 안아무개씨와 부인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운전자의 손해보험사가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씨가 사고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이유로 안씨가 십이지장 천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천공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도 폐쇄와 뇌손상까지 생긴 점을 고려하면 결국 안씨가 입은 장해는 교통사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치료 과정에 새로운 증상이 생기거나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 의료진의 중대 과실 등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최초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사고 이전부터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로 십이지장염 등 비슷한 질병을 여러 차례 앓아왔다. 안씨는 2006년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채로 자동차에 치여 골절상을 입은 뒤 치료를 받다 십이지장 천공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천공 치료를 위해 수술을 했지만, 회복 과정에 기도 폐쇄와 함께 뇌손상이 나타나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안씨와 부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과 스트레스로 천공이 발생했고 이어 기도폐쇄 등을 겪었다’며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질환을 자주 앓은 점 등을 감안해 보험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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