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결국 문닫나
천상병 시인 조카 “고민중”
오랜 세월 동안 문인과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 찻집 ‘귀천’(歸天·아래 사진)이 25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고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씨가 운영하던 귀천은 목씨가 지난 8월26일 세상을 떠나면서 주인을 잃고 문을 열지 않아 왔다. 목씨의 49재인 13일, 그의 조카 목영선(45)씨는 “문을 닫을지 계속 운영할지 고민중이다. 기념사업회와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중인데 운영비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조카 목씨는 인사동에서 귀천 2호점을 8년째 운영중이다.
1972년 천상병 시인과 부부가 된 목씨는 85년 3월 남편 친구인 강태열 시인에게 300만원을 빌린 뒤 남편의 시 ‘귀천’에서 이름을 따 찻집을 차렸다. 이후 귀천은 신경림 시인과 걸레스님 중광, 이장호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목씨는 93년 낸 수필집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에서 귀천을 “집을 제외하고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삶의 터전이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조카 목씨는 “고인의 49재를 마치고 나서 귀천의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니 기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