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에 한번씩 보고하러 갔다” 법정서 진술
이인규 2년·김충곤 1년6월 구형…내달 15일 선고
이인규 2년·김충곤 1년6월 구형…내달 15일 선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중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54·구속기소) 전 지원관이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해왔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의혹이 증폭돼 왔던 ‘청와대 윗선’의 연결고리가 처음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008년 7~11월 김종익(56·전 ㈜엔에스한마음 대표)씨를 불법 사찰한 혐의(강요죄 등)로 기소된 이 전 지원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정선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2~3주에 한번씩 청와대에 정기 업무보고를 하러 갔다”고 밝혔다. 총리실 산하 기관인데 청와대에 정기보고를 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원관실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긴밀히 연결돼 청와대 하명 사건을 처리했다는 이른바 ‘윗선’ 의혹을 뒷받침하는 첫 진술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청와대 하명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 양식도 드러났다. 이 전 지원관은 “하명 사건 가운데는 김씨 사건과 같은 개인 공직자의 비위 사건도 포함돼 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대해, “일부 그런 사건도 있으며, 그 경우 보고서를 밀봉해 청와대에 보고한다”고 진술했다. 김충곤(54·구속기소)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도 “하명 사건은 내부용 보고서와 청와대용 보고서를 따로 작성한다”고 말해 지원관실이 일상적으로 ‘청와대 해결사’ 노릇을 했음을 내비쳤다.
이 전 지원관은 김씨 사건 역시 청와대에 구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전 지원관은 “(2008년 9월에 사건에 대한 첫 보고를 받고) 10월 초에 청와대에서 회의가 있어 들어갔다가, 이강덕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장(현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구두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지원관은 “김씨 사건도 하명 사건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지원관은 “‘촛불집회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아직도 이런 동향(김씨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있다’고 말했을 뿐, 김씨 사건은 지원관실 내부에서 제보를 받아 처리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원관의 진술에 대해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전 지원관에게서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부임 당시 이 전 지원관과 인사차 서로 만난 적은 있으나, 이후에 따로 만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지원관에게 징역 2년, 김 전 점검1팀장에게는 징역 1년6월을, 지원관실 원아무개 조사관과 파견 경찰 김아무개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지원관 등은 수사 및 재판 과정 내내 진정한 반성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김씨를 공공기관 종사자로 착각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진술만 반복하고 있다”며 “몇만 쪽에 달하는 문서와 자료까지 파기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전 지원관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에 열린다.
노현웅 홍용덕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