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조사서 현금화한 1600억 드러나 세금물려
상속 과정서 사라진 ‘주식 32%’중 ‘18%’ 해당
‘비자금’ 수사 탄력…이회장 이번주 소환될 듯
상속 과정서 사라진 ‘주식 32%’중 ‘18%’ 해당
‘비자금’ 수사 탄력…이회장 이번주 소환될 듯
검찰이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가운데, 국세청이 2007~2008년 태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해 이 회장이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적발한 뒤 790여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최근 당시 세무조사 관련 자료들을 검찰에 넘겨, 이 회장의 증여·상속세 포탈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에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17일 국세청과 태광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세청은 2007년 1분기에 태광산업·고려상호저축은행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다. 2006년에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태광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잇따라 문제제기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뒤 2008년 초 이 회장에게 790여억원을 추징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세청은 현재 검찰이 차명계좌 관리처로 지목하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 고려상호저축은행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태광산업 발행 주식의 일부가 현금화됐고, 이 회장 등이 이를 차명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세청이 이 회장의 일부 비자금을 찾아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때 비자금의 흐름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창업주 이임룡 회장이 이 회장한테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의 32%가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됐는데, 검찰은 이 차명주식 가운데 현금화된 18%가량의 주식에 해당하는 부분을 국세청이 추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속세 추징 비율이 50%이므로 당시 현금화된 비자금 규모는 16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국세청이 이런 사실을 왜 검찰에 통보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태광산업 세무조사 때 문제가 발견돼 세금을 무겁게 추징했지만,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해 고발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오전 9시부터 이 회장의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24층 사무실과 장충동 자택, 부산에 있는 그룹 소유 골프장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이 전날 밤 네팔에서 귀국한 지 불과 10시간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이다.
이 회장의 광화문 사무실은 그룹의 최고 기밀서류가 보관된 곳으로 알려졌으며, 장충동 자택은 비자금을 관리했던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의 집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그룹 핵심 임원들을 조사한 뒤 곧바로 이 회장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춘화 최우성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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