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세무조사 담당 조사4국, 로비 받았는지 수사
태광서 수백억 공사수주 건설사 ‘비자금 창구’ 의혹
태광서 수백억 공사수주 건설사 ‘비자금 창구’ 의혹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18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국세청이 2007~2008년 태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해 이호진(48) 그룹 회장이 선친한테서 물려받은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적발한 뒤 800억원가량을 추징한 과정(<한겨레> 18일치 1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날 오후 수사관들을 서울국세청으로 보내 태광그룹을 세무조사한 조사4국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태광그룹 관련 자료 등을 제출받았다. 국세청은 당시 이 회장이 수천억원의 상속재산을 숨겨놓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채 세금만 추징한 바 있어,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태광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상속재산 말고도 계열사 발주 공사를 특정 건설업체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이 토목·건축업체인 ㄷ개발㈜에 계열사 공사를 몰아주고,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그 돈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ㄷ개발과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ㄷ개발은 1981년 설립돼 부산에 본사를 둔 업체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 임아무개씨는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 이임룡 회장 때부터 신뢰를 받으며 오랫동안 그룹 관련 공사를 맡아왔다.
ㄷ개발은 이호진 회장이 96년 태광산업 사장에 취임한 이후 비자금 조성의 중요한 ‘창구’ 구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99년부터 공개된 ㄷ개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2005년 90억원짜리 태광산업 에이라인(A-Line) 공사를 따내는 등 99년부터 2009년까지 태광그룹 관련 공사 13건을 395억원에 수주했다.
한편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800여억원을 저축성 보험으로 관리해왔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과 증언도 나왔다. 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이날 이 회장 일가의 이름으로 된 흥국생명 보험 계약 자료와 이를 관리하는 회사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을 보면, 흥국생명이 이 회장 일가의 저축성 보험 계약 형태로 800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했으며, 보험모집인 115명의 이름을 도용해 약 17억원의 모집인 수당을 이 회장 일가들이 챙기게 한 정황이 드러난다.
황춘화 이재성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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