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협의과정 투명해야”
금성출판사 등이 발행한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며 수정할 것을 권고했던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역사교과 전문가협의회’(협의회) 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김문석)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과부가 협의회의 수정 권고를 바탕으로 출판사에 교과서 수정을 지시한 것은 사실상 교과서 검정을 실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교과서 검정에는 교과용 도서심의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교과부는 곧바로 협의회를 구성해 수정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협의회가 이런 역할을 한 이상, 협의 과정의 투명성·공공성·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 명단을 공개해 실제 협의회가 역사교육 전문가로 구성됐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협의회 회의록 공개 청구는 ‘교과부가 그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과부는 2004년 일부 여당 의원 등이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고 주장하자, 교사·교육전문직 등으로 협의회를 구성한 뒤 이들이 낸 수정 권고를 바탕으로 2008년 금성출판사 등에 역사교과서의 수정을 지시했다. 민변은 2008년 11월 이들의 명단·회의록 등의 공개를 청구했지만 교과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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