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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암투병 새터민 감싼 ‘경찰 온정’

등록 2010-10-21 09:14수정 2010-10-21 09:17

새터민 강진숙(가명·왼쪽)씨가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임대아파트에서 최경숙 경위와 손을 맞잡고 이야
기를 나누고 있다.
새터민 강진숙(가명·왼쪽)씨가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임대아파트에서 최경숙 경위와 손을 맞잡고 이야 기를 나누고 있다.
3살 아들 두고 탈북한 여성, 고달픈 인생속 ‘유방암’ 절망
양천서 직원·민간 보안위원들, 병원비 지원 등 가족처럼 도와
2007년 10월16일 밤 강진숙(당시 42·가명)씨는 두만강을 건넜다. 3살배기 아들은 여동생에게 맡겼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남한에 있는 지인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꿔 남한행을 결심했다. 강씨는 꼬박 일주일 만에 중국에서 라오스로 갔고,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타이로 옮겼다. 거기서 한국영사관을 통해 남한으로 온 것은 2008년 1월25일이었다.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임대주택에서 만난 강씨는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강씨의 남편은 2005년 10월 바다에 ‘낙지바리’를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낙지바리는 8~10월에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가 그물로 낙지를 잡아올리는 일이다. 잡은 낙지 가운데 30%를 뱃삯으로 낸다고 했다. “뭍에 거의 다 왔는데 파도를 만나 배가 뒤집혔어요. 아들이 태어난 지 9개월 만이었죠.”

강씨는 개장국집(보신탕집)을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2007년 개인영업을 금지시키면서 살길이 막막해졌다. 강씨는 “안전부에서 나와 모든 걸 차압해갔다”며 “배급도 거의 주지 않는 상황이라 먹고살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한으로 온 강씨는 올해 6살이 된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식당 설거지, 간병인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아들은 나이가 너무 어려 어른과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강씨가 올 때보다 비용이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러다 지난 9월2일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앞이 캄캄했어요. 아들 젖먹일 때 한쪽 젖이 잘 나오지 않아 멍울이 생겼는데 거기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강씨는 9월13일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강씨에겐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양천경찰서 보안과 최경숙(46) 경위와 이 경찰서 소속 민간 보안협력위원들이다. 새터민 담당인 최 경위는 “나도 자식이 있기 때문에 아들을 북에 두고 온 진숙씨의 사정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강씨를 친동생처럼 돌보며 일자리를 구해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려 지방 나들이, 야구장 방문 등 경찰서 행사에 빠짐없이 동행했다. 또 최 경위는 양천서 민간 보안협력위원인 라기혁 홍익병원 부원장을 통해 수술비와 치료비도 대폭 할인받게 해줬다.

19일 오전 양천서 보안과 형사들과 민간 보안협력위원들은 강씨를 찾아 생활용품과 지원금을 전달했다. 강씨는 “남한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며 “빨리 일을 다시 시작해서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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