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깨문 국세청장 이현동 국세청장(왼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 국세청 로비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태광도 한화처럼 “선대재산”
차명주식 일일이 추적나서야
G20기간엔 공개수사 피할듯
차명주식 일일이 추적나서야
G20기간엔 공개수사 피할듯
‘태광 비자금 수사’에 입을 닫고 있던 검찰이 20일 오후 언론에 중요해 보이는 한마디를 내놓았다.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를 먼저 부를지, (아들인) 이 회장을 먼저 부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까지도 두 사람의 소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함구로 일관하던 검찰 태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들 모자의 소환을 저울질해야 할 정도로 수사에 진전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아직 전체적인 그림 그리기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의 봉욱 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일단 비자금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로비(의혹 수사)는 비자금이 (규명)되어야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비자금 수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검찰은 19일 비자금 조성의 주역으로 알려진 박명석(61)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한 데 이어 20일에도 자금·회계 관련 임직원을 불러 조사를 계속했다.
특히 검찰로서는 ‘선대 회장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태광 쪽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만만찮은 과제다. 검찰이 태광의 논리를 깨려면 차명으로 거래됐거나 아직 차명으로 돼 있는 주식의 거래내역 등을 일일이 거꾸로 추적해야 하고, 그에 따른 세금 납부 사실과 납부자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손도, 시간도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로비 수사는 그다음 문제다. 실제로 직접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 회장 주변의 핵심 인사들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간부는 “한화도 태광과 똑같이 ‘선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서부지검이 한달 넘게 파고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지 않으냐”며 “돈의 성격이 분명히 규명돼야만 비로소 이 회장 모자의 소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박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검찰로서는 악재에 가깝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 정상들과 주요 각료들이 대거 서울에 모일 텐데, 그때 계속해서 기업 수사 관련 보도가 대서특필되면 그 부담을 검찰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태광도 검찰 재직 당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과 가깝게 지냈던 검찰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검찰 안팎에선 태광그룹 수사가 이른 시일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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