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65세 이상의 노인이 이용하는 무임승차권. 화면 캡처.
대다수 격한반응 “우리랑 원수졌나…총리 사임해야”
“65살은 아직 일할 수 있다” “할 말을 했다” 의견도 소수
“65살은 아직 일할 수 있다” “할 말을 했다” 의견도 소수
김황식 국무총리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 발언이 노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총리는 20일 “왜 65세 이상이라고 지하철도 적자면서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며 “(빈부 여부를 파악해 차등적으로) 관리하는 데 조금 불편하고 행정비용이 더 들더라도 필요한 만큼 해야지 인심 쓰듯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김 총리 발언에 대해 노인들의 ‘사랑방’ 탑골 공원에 가서 노인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대다수 노인의 반응은 격했다. “노인하고 원수졌느냐”거나 “노인을 홀대한다”며 김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고 무임승차 제도의 유지를 주장했다. 강남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면서 무임승차를 과잉복지라고 하는 게 이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소수이긴 하지만 “할 말을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홍기표(66)씨는 “당장 그만두라”며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이 나라 발전은 60대 이상이 이룬 것”이라면서 “시행중인 제도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무임승차 혜택이 지속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79세 할아버지도 “총리 자격이 없다”며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자로 40년 가까이 일했다는 그는 “정부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노인”이라며 “청와대에 항의 방문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세대는 어려운 시절 보내면서 험하게 살았는데도 좋은 말 한 마디 해주는 이들이 없다”면서 “서민 위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실천에 옮겨라”고 주문했다. 한 노인은 “정부가 부자를 위해 깎아준 세금만 수십 조가 된다고 들었다”며 “친서민이라는 말이라도 하지 말지”라고 속상해했다.
노인들은 김 총리 발언 뒤 혹시라도 무임승차 제도가 폐지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인천에서 온 김동수씨(69)는 “지하철에서 돈 내라고 하면 매일 여기 못 온다”면서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운동도 못해 관절염 걸리고 병드는 노인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없어서 못 나오는 것도 있지만, 돈이 아까워서 못 나올 것”이라며 “무임승차가 있어야 노인들이 밖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왔다는 또 다른 할아버지(81)도 “한번 오면 왕복 3천 원 넘게 드는데,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차비만 5천 원 정도 들어간다”면서 “지금 정책을 유지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 무임승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안산에서 온 이재관(69)씨는 “총리가 말한 것은 말은 된다”며 “65세로 돼 있는 나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65세 정도면 아직도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연령을 올려 70세 이상 무임승차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기 꺼린 한 할아버지도 “김황식 총리는 할 말을 했다”면서 “나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있는 사람은 내고, 없는 사람한테는 혜택 주는 게 맞다”면서 “재산 많은 사람한테도 무임승차시키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포에서 온 권태을(82)씨는 “정부에서 하는 대로 따를 뿐”이라면서도 “노인들이 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느냐, 모두 고만고만한데…”라며 김 총리 발언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21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복지정책이라 외국에서도 부러워하고 있다”며 “복지에는 후퇴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령수당에 대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노령수당 때문에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젊은 시절을 나라 발전을 위해 살았던 노인들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영상 허재현 기자 ■ 김황식 총리 노인 무임승차가 응석받이 달래기?
■ 상상과 사색이 셔터를 눌러 예술이 되다
■ 성과 좋은데…‘보건소 금연클리닉’ 없앤다
■ ‘삼성 백혈병’ 노동자 두 번 죽이는 근로복지공단
한 노인이 21일 무임승차권을 이용한 뒤 서울 지하철 종로 3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허재현. 화면캡처
이와는 달리 지하철 무임승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안산에서 온 이재관(69)씨는 “총리가 말한 것은 말은 된다”며 “65세로 돼 있는 나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65세 정도면 아직도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연령을 올려 70세 이상 무임승차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기 꺼린 한 할아버지도 “김황식 총리는 할 말을 했다”면서 “나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있는 사람은 내고, 없는 사람한테는 혜택 주는 게 맞다”면서 “재산 많은 사람한테도 무임승차시키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포에서 온 권태을(82)씨는 “정부에서 하는 대로 따를 뿐”이라면서도 “노인들이 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느냐, 모두 고만고만한데…”라며 김 총리 발언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21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복지정책이라 외국에서도 부러워하고 있다”며 “복지에는 후퇴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령수당에 대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노령수당 때문에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젊은 시절을 나라 발전을 위해 살았던 노인들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영상 허재현 기자 ■ 김황식 총리 노인 무임승차가 응석받이 달래기?
■ 상상과 사색이 셔터를 눌러 예술이 되다
■ 성과 좋은데…‘보건소 금연클리닉’ 없앤다
■ ‘삼성 백혈병’ 노동자 두 번 죽이는 근로복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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