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들이 21일 오후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장교동 씨앤(C&)그룹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검 중수부,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혐의 잡은듯
오늘 구속영장 청구방침…16개월만에 직접수사 촉각
오늘 구속영장 청구방침…16개월만에 직접수사 촉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21일 씨앤(C&)그룹(옛 쎄븐마운틴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잡고, 이 회사 임병석(49·사진) 회장을 체포하고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기는 이른바 ‘박연차 로비’ 사건 수사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검찰은 22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아침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씨앤그룹의 본사 16층 회장실과 씨앤우방 등 계열사들의 사무실에 검사·수사관들을 보내 각종 회계 관련 장부와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자신의 집에 머물던 임 회장을 체포했다.
검찰은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이 회사가 참여정부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에 자금대출 청탁 등을 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기업 비리보다는 정치인이나 금융계 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우선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와 압수수색을 했다. 대검 관계자는 “영장에 적시된 혐의만으로 수사를 한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임 회장에 대한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수사팀이 생각하는 혐의와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칠산해운이라는 소규모 해운회사로 출발한 씨앤그룹은 2004년 건설사인 우방, 모피로 유명한 진도, 한리버랜드(옛 세모유람선)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워 한때 계열사가 41개에 이르렀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씨앤그룹이 계열사간 출자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 사실상 회복불능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임 회장은 2006년 당시 법정관리 업체이던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브로커 김아무개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된 바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임병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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