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때 씨앤계열사에 거액대출 ‘대가성’ 조사
정치권 압력 있었는지도 초점…씨앤중공업 압수수색
정치권 압력 있었는지도 초점…씨앤중공업 압수수색
‘동생이 사장으로 있는 부실기업과 계열 회사들에 거액을 대출해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씨앤(C&)그룹에 부정대출을 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는 우리은행 박해춘(62·현 용산역세권개발 회장) 전 행장을 둘러싼 의혹의 구조는 비교적 간명하다. 동생 박택춘(60)씨가 2007년 씨앤그룹 주력 계열사인 씨앤중공업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그 즈음에 형은 우리은행장이었고, 우리은행은 씨앤그룹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박택춘씨는 임병석(49·구속) 씨앤그룹 회장이 씨앤중공업의 전신인 ㈜진도를 인수해 대표이사가 된 직후인 2004년 11월 ㈜진도의 전무로 영입됐다. ㈜진도가 씨앤진도로 바뀐 뒤에는 부사장직과 함께, 현재 씨앤그룹의 국외 횡령 통로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중국법인의 총경리를 맡았다. 2006년 8월 효성금속이 씨앤진도의 계열사로 편입되자 효성금속 사장직도 맡았다. 2007년에는 씨앤중공업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무너져가던 씨앤그룹에 우리은행이 거액을 대출해 주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다. 박해춘 전 행장은 2007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박 전 행장 재임중인 2007년 11월 우리은행은 씨앤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인 씨앤구조조정 유한회사에 625억원, 이듬해 3월에는 박 전 행장의 동생이 사장으로 있는 씨앤중공업에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0억원 등을 부당대출했다가 500억원을 날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한겨레> 26일치 5면)
검찰 내부에서는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우리은행이 부실기업에 부정대출을 해주고, 이 부실기업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을 인수해 빈껍데기로 만들었다’며, 씨앤과 우리은행의 잇단 ‘도덕적 해이’가 이번 수사의 초점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자금대출을 승인하거나 최소한 묵인한 대가로 박 전 행장이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가 검찰 수사의 큰 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정치권과 관계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우리은행이 정치권의 영향으로 자금대출을 해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박택춘씨가 검찰에서 씨앤 계열사 가운데 횡령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효성금속의 사장이었던 점, 중국법인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점 등도 검찰 수사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27일 구속수감중인 임 회장을 불러내 횡령 혐의를 추궁했다. 그러나 중국 등 국외 현지법인을 통한 횡령 의혹에 대해, 임 회장의 변호인은 “중국 현지에 조선소를 지으려고 실제 부지를 마련했고 투자가 이뤄졌다. 여전히 진행중인 사업”이라며 “횡령 자체가 없다는 게 임 회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전남 목포에 있는 씨앤중공업과, 씨앤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보이는 여수 소재 ㄱ사 등 2군데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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