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불온서적 지정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던 박지웅(오른쪽부터)·한창완·지영준·신성수 전 군법무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군대 안이라도 불온서적 지정은 국가적 수치다”라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명은 5년간 변호사로 개원 못해…1명은 근속 못채워 자격조차 못따
헌법재판소가 2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및 제한에 대해 면죄부를 내리면서, 국방부라는 ‘골리앗’과 싸움을 벌였던 군법무관들의 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불온서적 지정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들에 대해 국방부는 그동안 노골적인 보복을 해왔던 터다.
국방부는 2009년 3월 ‘군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 6명 가운데 박지웅·지영준 법무관을 파면하고, 나머지 법무관들에게는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군 명예는 국방부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국방부의 ‘보복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군법무관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이들을 외면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종필)는 지난 4월 “장기 군법무관인 지씨에 대한 파면은 과도한 것이지만, 다른 징계는 모두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헌법소원을 행사할 권리는 법률에 의해 보장되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국방부 논리를 따른 판결이었다.
결국 이들은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파면당한 박 전 법무관은 변호사법에 따라 5년 동안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다. 변호사법은 탄핵 또는 징계 처분에 의해 직위에서 파면된 사람은 5년이 지나기 전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 전 법무관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그는 사법시험이 아닌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해 직업 군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지 전 법무관은 변호사 개업의 자격조건인 근속기간 10년을 아직 채우지 못해 변호사 개업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박지웅 법무관은 이날 “천안함 사태 등을 계기로 안보제일주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헌재가 이에 맞춰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뒤 전역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성수 전 법무관은 “헌재가 본안 판단조차 하지 않은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군법무관이 기본권 제한의 대상도 아니라고 본 것은 대단히 형식적인 논리”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