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해춘 전 행장 동생 소환 조사
박택춘 “당시 중국근무…대출청탁 못해”
박택춘 “당시 중국근무…대출청탁 못해”
씨앤(C&)그룹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부정대출 의혹을 사고 있는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62·현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의 동생 박택춘(60)씨를 지난 27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29일 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씨앤중공업에 합병된 ㈜효성금속을 인수할 당시 의사결정 과정 △임병석(49·구속수감) 씨앤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 △형인 박 전 행장에게 대출청탁을 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박씨는 “당시는 중국 현지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대출청탁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회사 재무파트에 있던 핵심 임직원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행장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씨앤그룹에 단독으로 대출한 금액은 200억원 수준”이라며 “은행 여신관리시스템은 행장이 간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부정대출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씨앤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씨앤우방이 사업성이 없는 땅을 수백억원에 사들인 뒤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에 넘긴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 씨앤우방은 지난 2005년 대구 수성구 남부시외버스 터미널 터를 430억원에 사들인 뒤, 이듬해 이 땅을 자신들이 만든 남부아이앤디(IND)라는 회사에 넘겼다. 당시 임 회장은 아파트 사업에 필요하다며 이 땅의 매입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개발회사인 남부아인앤디는 씨앤우방의 시행사를 가장한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땅 구입과정을 잘 아는 업체 관계자들은 “터미널 대체부지를 마련해 대구시에 기증해야 하는 등 당시 씨앤우방의 자산 상태로 볼 때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매입하면서 커미션으로만 30억원을 썼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비상식적인 거래였다”며 “이면 거래를 통해 대금의 차액을 비자금으로 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씨앤그룹 자금 1000억여원이 이 회사에 투자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같은 토지 거래도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통로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노현웅 김남일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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