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입대한 신병들에게 전화카드는 필수다. 혼자 남은 여자친구에게 고참들의 눈을 피해 눈치껏 거는 짧은 공중전화 통화는 첫 휴가 전까지 철조망 너머 ‘민간인’과 연결시켜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2007년 8월 신병훈련소로 잘 알려진 육군 306보충대 입소를 불과 열흘 남겨둔 예비 신병 최아무개씨는 까마득한 상관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훈련병에게 전화통화를 허하라’는 것이 헌법소원의 이유였다. ‘육군 신병교육 지침’은 5주 동안의 신병훈련 기간 동안 ‘전화는 개인 신상과 관련해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씨는 “상위 법령의 근거도, 공익적 필요도 없이 5주간 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다른 공무원의 교육훈련과 비교해도 차별이다”라고 청구 이유를 들었다.
헌재는 육군 신병교육 지침에 대해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헌재는 “특수한 사명을 수행하는 군인의 훈련은 일반 사회생활과 현저히 다른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군사전문가인 지휘관에게 포괄적인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전제한 뒤, “신병교육은 민간인을 군인으로 육성하는 훈련으로, 통제된 병영생활을 통한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5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며 △긴급한 전화통화는 상관의 통제 아래 허용되고 △부모와 가족에게 편지 작성이 허용되는 점을 들어 “전화 사용 제한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이강국 재판관(헌재 소장)은 “군대라도 기본권 제한은 사법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군인사법과 그에 따른 신병교육 지침은 기본권 제한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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