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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상훈 전장관 108배 참회하면 사과 받아주겠다”

등록 2010-11-02 20:52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화면캡처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화면캡처
봉은사 명진스님 인터뷰 “좌파단체 본부? 불교 전체 짓밟는 행위”

한켠에 북파공작원 201기 위패 안치돼있어…“터무니없는 거짓말”
서울 삼성동의 봉은사가 개신교계 신도들의 ‘봉은사 땅밟기’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의 ‘봉은사는 좌파단체 본부’ 발언으로 ‘야단법석’이 됐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봉은사 땅밟기’와 관련해서는 최지호 목사의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이상훈 전 장관은 명예훼손 혐의로 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일 봉은사에서 만난 명진 스님은 “81개 단체가 북과 연계돼 있다는 발언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20만 봉은사 신도를 모욕하고 불교 전체를 짓밟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봉은사에는 북파공작원 201기의 위패가 안치된 충영각이 있다. 이는 부처님의 품 안에는 좌우가 없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이 전 장관의 매카시적인 비방은 자비심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동체대비의 불법이 깃든 사찰을 좌우의 싸움판으로 끌어들이는 일까지 그냥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진 스님은 “이 전 장관은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아 건국이래 최대 비리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라며 “천안함 사건은 각종 로비로 배를 부실하게 만든 것이 원인의 하나이므로 그가 저지른 율곡 비리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애국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지하에서 율곡 선생이 들으면 기가 막혀 하실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죽비가 아닌 ‘법비’를 들어 이 전 장관을 ‘경책’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형사 사건과 함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지는 남겨뒀다. 명진 스님은 “이 전 장관이 봉은사에 와서 ‘108배 참회’를 하면 사과를 받아 주겠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지난 30일 ‘봉은사 땅밟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랑의 교회 최지호 목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명진 스님은 “더 이상 목사나 학생들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기독교에 대해서도 그는 “복지, 교육, 의료 등 분야의 실천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배울 게 참 많은 종교”라며 “불교는 현실적 삶 속에서 자기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독교를 배워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애정이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명진 스님은 ‘땅밟기’와 같은 사건의 원인이 “한국 교회가 지닌 공격적인 성향”때문이라며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파괴적, 공격적, 배타적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교가 우상을 숭배하는 종교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구체적인 상이 아니라 마음속의 탐욕이 진짜 우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중국 임제 선사의 말을 들며 불교는 우상을 철저히 부정하는 종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성스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특히 경계했다. 명진 스님은 “내가 옳다는 규정을 내리는 순간 편견에 빠져 버린다”며 “무엇이든 옳다는 것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개신교와 불교가 종교 갈등을 일으키는 데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개신교 쪽에 토론회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날짜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안에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개신교의 ‘땅밟기’와 이 전 장관의 발언으로 봉은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봉은사에서 만난 신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고 관대했다. 이원선(33)씨는 이러한 일들에 ‘울컥’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화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비교적 차분하게 말했다. 주부 김윤자(52)씨는 “자기 종교만 옳다는 것은 문제”라며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광웅(70)씨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좌파라 매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봉은사에 있는 충영각 주위에 있던 5~6명의 50대 신자들은 ‘땅밟기’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이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했다. 한진숙(48)씨는 “이제 갓 20대인 젊은이들이라서 더욱 놀랐다”며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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