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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많이 맞는 것 알고 왔지만…” 유서 남기고 구타에 스러진 해병

등록 2010-11-05 19:46수정 2010-11-05 23:31

“무시·따돌림, 선임이 두렵다”
목맨뒤 14개월만에 숨거둬
37㎏어머니 ‘고통의 나날’
“괴롭힌 병사 사과한번 없어”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 있던 해병대 소속 이아무개(21) 이병이 숨을 거뒀다. 이 이병은 지난해 9월30일 부대에서 우비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그날 새벽 5시50분께 부대 숙소 2층 난간에 매달려 있던 이 이병을 일직사관이 발견해 응급조처를 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이병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1년2개월 동안 애를 태우던 가족들은 끝내 오열했다.

“맞기도 하면서 배우고 그게 당연한 이치라는 건데, 아무도 탓하지 않아요. 그저 내 자신만 탓할 뿐입니다.” 그는 여덟 장의 긴 유서를 남겼다. 경북 포항시에 있는 해병 1사단 소속으로 106㎜소대 사병이었던 이 이병은 부대 안의 지속적인 구타와 따돌림이 견디기 힘들다고 적었다. “맞은 건 나인데, 물론 내 잘못도 있지만, 왜 내가 소외되어야 하는 거지?”, “맞는 거 알고 해병대 온 마당에 누굴 탓하진 않아. 그걸 이겨내지 못한 내가 미울 뿐이지. 더 이상 106㎜소대에서는 있을 수가 없어. 이미 눈엣가시로 찍혀버린 마당에 선임들의 눈빛 하나하나, 두렵다….”

이 이병은 지난해 8월24일 해당 부대에 배치된 뒤 5일 만에 쓰러져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 뒤 비슷한 일이 반복됐고 종합검진까지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판명을 받았다. 그의 유서에는 의무실에서 복귀한 뒤부터 선임병들에게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면서 괴로워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스트레스 풀 데가 그렇게 없어? 제발….”

스스로 해병대를 선택한 것에 대한 절절한 후회도 있었다. “나도 입대 전에는 자신감 충만하게 학교 다니며 공부하고, 애들이랑 놀며 지냈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해병대에 들어와서, 정확히 실무부대 들어와서 내 자신이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

이 이병이 1년 넘게 입원해 있으면서 가족들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식물인간으로 누운 아들을 돌보며 버텨왔던 어머니는 몸무게가 37㎏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씨의 남동생(12)은 그동안 형이 군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다가, 지난 1일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이병은 유서에 “사랑한다, ○○아. 형 없어도 꿋꿋하게 살아야 돼”라는 말을 남겼고, 동생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형, 하늘나라에서는 편해야 돼”라고 답했다.

이씨의 이모부 한아무개(59)씨는 “조카가 다른 이들이 다칠 것을 염려해 유서에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목을 매기 며칠 전 친구에게 전화해 ‘컴컴한 방에서 집단으로 구타당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군대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씨는 “나라에 보낸 아이가 이렇게 죽어 돌아왔는데 조카를 괴롭힌 누구도 사과를 하지 않았고, 누가 어떻게 책임을 졌는지도 가족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이날 이 이병의 사망 책임과 관련해 “해당 이병의 일기장에 구타에 관한 기록이 있어서 소속 소대 상병 2명을 조사한 뒤 형사처벌했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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