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출시 대포폰 행정관 소속·직책 없이 ‘최아무개씨’로 표기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기록을 법원에 넘길 때 ‘청와대 대포폰’의 통화 내역을 제외한 관련 수사기록을 전부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원관실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은폐하려고 관련 수사자료를 일부러 제외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7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제출한 수사기록 가운데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그의 직속 부하인 최아무개 행정관의 진술조서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지원관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인 7월7일 대포폰을 만들어 지원관실 장아무개 주무관에게 전달한 최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직책과 직위를 빼고, ‘최아무개씨’로만 적시된 수사보고서 등을 법원 쪽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당시 법원에 낸 증거 자료에는 지원관실 장 주무관이 제3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그 휴대전화의 통화목록 정도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최 행정관이 언제, 어떻게 대포폰을 개설해 어떤 경로로 장 주무관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한 수사 내용은 재판부에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를 두고, ‘민간인 불법 사찰의 윗선=청와대’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포폰의 존재를 감추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56·전 엔에스한마음 대표)씨의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이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청와대 대포폰에 대해 수사를 했으며, 해당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답변한 것이 거짓이라는 방증”이라며 “부실 수사에 이어 재판 과정에서도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차명폰 수사 과정은 수사보고서 등으로 법원에 제출했다”며 “수사기록과 증거기록은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최 행정관의 진술조서는 지원관실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공소유지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굳이 재판부에 제출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포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원관실에서 또다른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원관실이) 지난 7월7일 수원의 업체에서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하기 이틀 전부터 서울 세운상가에 있는 4~5개 업체가 하드디스크를 지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접촉했다”며 “따라서 지원관실이 7월7일 하루만 대포폰을 썼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이영호 전 비서관은 지원관실이 회식을 할 때 금일봉을 보냈고, 본인이 참석하지 못하면 이인규 전 지원관이 ‘청와대 메시지’라면서 이 전 비서관의 격려성 말을 또박또박 낭독해주기까지 했다”며 “이 전 비서관이 국감 직전 출국했다가 (국감이 끝난) 10월27일 귀국했는데, 검찰은 그를 출국금지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현웅 이유주현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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