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땐 본인 동의없이 월급통장 거래 정지
강제적금 해약해줘 대우조선에 건네기도
강제적금 해약해줘 대우조선에 건네기도
대우조선해양이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해투연수생) 제도를 악용해 외국인 연수생들의 노동을 헐값에 쓰고 인권침해를 한 사실(<한겨레> 15일치 1면)과 관련해, 국민은행이 대우조선의 위법행위를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주요 거래처인 대우조선의 요청을 받고 통장 명의자인 연수생의 동의없이 통장거래를 정지하고, 이들의 적금을 해약하고 돈을 회사 쪽에 건네기도 했다.
경남 거제시 국민은행 옥포지점은 지난해 6월 이 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한 중국인 천위깡(22)의 월급 계좌에 대한 예금 지급을 정지했다. 해투연수생이었던 그가 사업장을 이탈한 지 이틀만에 이뤄진 조처였다. 이 때문에 천위깡은 그동안 회사에서 받았던 급여뿐 아니라 사촌형이 생활비로 부쳐준 돈까지 찾을 수 없게 됐다.
은행에 예금 지급정지를 요청한 곳은 대우조선이었다. 회사 쪽은 1년 동안 해투연수생으로 일하기로 했던 그가 사업장을 이탈하자 다른 곳에서 돈을 쓸 수 없도록 예금 지급정지를 은행에 요청했고, 은행은 본인 동의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금융거래를 정지하면 돈을 찾을 수가 없어 회사로 돌아오게 된다”며 “연수생들의 이탈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법행위는 또 있었다. 대우조선은 천위깡이 이탈한 뒤 국민은행에 그의 이름으로 한 달에 20만원씩 부었던 이탈방지용 강제적금을 본인 동의없이 해약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응했고, 쌓여 있던 134만원도 본인이 아닌 회사에 건넸다. 이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덧붙여 강제저축 또는 저축금의 관리를 규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2조를 위반한 것으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천위깡은 지난해 12월 금융거래 정지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고, 금감원은 두 달 뒤 “적합한 업무처리로 볼 수 없고, 지급정지를 해제하도록 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국민은행은 “담당 직원이 업무처리를 잘못한 것으로 판단해 징계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담당 직원에 대한 징계로만 끝난 셈이다.
국민은행은 15일 천위깡과 같은 해투연수생의 계좌 관리 실태를 묻는 질문에 “금융거래 정보를 제3자에게 알려줄 수 없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처인 대우조선의 요청을 받고 당사자 동의없이 거래정지와 적금 해약까지 해준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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