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 밝혀질까 죽산 조봉암의 유가족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조봉암 사건 재심 공개변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변호사 “사법부 과거청산 계기로 삼아야”
검찰 “확정 판결에 대한 재평가 신중해야”
검찰 “확정 판결에 대한 재평가 신중해야”
1959년 2월27일. 김세완(재판장)·김갑수(주심)·허진·백한성·변옥주 대법관이 법정에 앉았다. ‘반공 검사’로 유명한 오제도 검사와 변호인단도 자리를 잡았다. “진보당의 정강·정책은 하등 헌법에 위배된 점이 없다. 조봉암을 제외한 각 피고인들은 국가변란 목적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무죄, 조봉암은 사형.” 낮 12시20분. 재판장의 선고가 끝났다.
그해 7월31일 오전 11시 서울형무소(서울구치소의 옛이름). 김갑수 대법관이 사형 확정에 대한 재심청구를 기각한 지 17시간 만에 죽산 조봉암(당시 60)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날 오전 변호인들과 재심청구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던 가족들은 황망했다. 조봉암의 맏딸 조호정(당시 31)씨는 거리에 나붙은 ‘벽보’를 보고 서울형무소로 달려가 아버지의 주검을 요구했다. 형무소는 ‘규칙상 24시간이 지나야 인계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당시 “자식 된 도리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했던 조호정씨가 18일 오후 2시, 당시 아버지의 나이마저 훌쩍 넘긴 여든두살의 몸을 이끌고 대법원 대법정에 다시 나왔다. 51년 만에 아버지의 무죄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50년을 그리 살았습니다. 너무 원통하죠. 많이 늦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평화통일 구호 아래 북한과 내통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목적으로 진보당을 만들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이 집행된 조봉암의 재심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앞서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9일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특무대가 조봉암 등을 입건해 피의자로 신문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사건의 변호를 맡은 최병모 변호사는 이용훈 대법원장 등 대법관 12명(양승태 대법관 공석)을 앞에 두고 “당시 이승만 독재정권이 정권 연장을 위해 정치적 라이벌인 죽산을 사법적으로 제거한 사건으로, 이번 재심은 사법부에게는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과거청산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관련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기록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한 재평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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