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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눈 미백’ 수술 받았더니 눈에서 살이 계속 자라나…

등록 2010-11-19 10:56수정 2010-11-19 13:13

박아무개씨는  ‘눈 미백 수술’을 받은 후 살 자람 증상이 발생하자 네 차례나 제거 수술을 받았다.
박아무개씨는 ‘눈 미백 수술’을 받은 후 살 자람 증상이 발생하자 네 차례나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자주 충혈되는 눈 때문에 고민하다 “완쾌될 것” 의사말 듣고 수술
‘살 자람’ 후유증으로 4차례나 재수술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광고 사진가인 박미희(33. 가명)씨는 왼쪽 눈으로 왼쪽을 볼 때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을 앓고 있다. ‘눈 미백 수술(국소적 결막절제술)’ 후유증으로 4차례나 수술을 받은 뒤 이같은 증상이 생겼다. 박씨는 “상태가 제일 나쁜 부분이 재수술한 왼쪽 안쪽”이라고 말했다. 살이 울퉁불퉁하게 자라나 사람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눈 살 자람 현상으로 알고 있는 ‘익상편’은 혈관이 풍부한 섬유조직이 눈 안쪽 결막에서 각막(눈동자)의 중심부 쪽으로 자라나는 질환이다.

 박씨는 평소 눈이 자주 충혈됐다. 그러다보니 주위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곤 했다. 박씨에게 충혈된 눈은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그는 2년 전에 ‘눈 미백 수술’이라는 광고를 우연히 봤다.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았더니 “수술하면 거의 완쾌된다”며 “걱정할 것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담당 의사는 “아기 눈처럼 맑고 깨끗한 눈으로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08년 2월 고민 끝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눈동자를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총 네 곳으로 나누어서 했다. 수술비는 한 곳당 50만원으로 모두 200만원이 들었다. 수술 뒤 병원 지시대로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고, 외출 때 햇볕을 피하려 선글라스를 썼으며, 치료 기간 동안 술도 끊은 채 일정 기간 치료를 받았다. 수술 뒤 5개월까지는 눈이 아주 깨끗했다. 박씨는 “그 때는 무척 만족스러워서 병원에서 하는 설문에 100% 만족한다”며 “다른 사람한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6개월이 조금 지났을 무렵 박씨는 당황했다. 눈에 뭔가가 씌여 있는 듯한 이물감을 느꼈다. 눈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눈동자 안쪽 살이 검은 눈동자 쪽으로 자라나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깥쪽에서도 검은 눈동자 안쪽으로 살이 자라나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간단한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로부터 4 차례나 재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거듭할수록 “치료되기는커녕 살이 더 두껍고 징그럽게” 자라났다. 박씨는 “‘보기 싫은데 해야겠다’는 의사의 말에 재수술을 했다”면서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후회했다.

  박씨는 2달 전쯤에 보건복지가족부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눈 미백 수술’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던 차에 인터넷에서 ‘눈미백수술 안티카페’를 찾아냈다. 이 카페에는 자신과 같은 수술을 받은 후 비슷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눈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박씨는 “병원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알려줬지만, 이런 부작용인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만약 후유증을 앓고 있는 눈 사진을 보여줬다면 수술을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또 수술을 해야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더 이상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는 한 대학병원 안과에 진료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박아무개씨는 ‘눈 미백 수술’을 받은 후 살 자람 증상이 발생하자 네 차례나 제거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을 받기 전 왼쪽 눈 모습.
박아무개씨는 ‘눈 미백 수술’을 받은 후 살 자람 증상이 발생하자 네 차례나 제거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을 받기 전 왼쪽 눈 모습.
 박씨는 “지금도 살이 계속 자란다”며 두려워했다. 그는 여전히 담당 의사가 자신의 눈을 잘 치료해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박씨는 “병원 누리집에 들어가면 좋아졌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그 말을 믿고 싶다”면서 “치료를 못하더라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지금 상태로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무슨 의료 기술이든지 실수를 하면서 더 좋은 기술로 발전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담당의사가 내 눈을 치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박씨 뿐만이 아니다. 수술 후 ‘살 자람’ 증상이나 눈의 흰자위가 딱딱하게 굳는 석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안구를 쿡쿡 찌르거나 안구가 욱신거리는 통증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한아무개씨는 원래 한쪽 눈에 심한 충혈과 익상편 증상이 있었다. 병원의 권유로 멀쩡한 다른 쪽 눈도 같이 수술을 받았다. 2008년 4월에 첫 수술을 했고 11월과 2009년 8월에 재수술을 했다. 두 번째 재수술을 하고난 후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과 석회 증상이 나타났다. 한씨는 “이제 평생 안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며 한탄했다. 이아무개씨는 세 번 수술을 했는데, 눈동자에 얼룩이 생기는 색소 침착과 석회 증상을 동시에 앓고 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부분을 파낸 뒤부터 자신의 혈청으로 만든 안약을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넣어줘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2008년 2월 첫 수술 후 2달만에 재수술을 했다. 미백을 위해 수술을 받았지만, 아기처럼 새하얀 흰자위 대신 색소 침착이 일어났다. 여러 번 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엔 익상편 증상이 더해졌다. 얼마전 ‘눈미백수술 안티카페’에 가입했다는 또다른 김아무개씨는 2009년 5월 첫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핏줄이 터지고 색소 침착이 일어났다. 그래서 2010년 2월 재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혹시나 후유증이 나타날까 마음을 조리고 있다. 그도 박씨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에서 온 전화를 받고 심각성을 느꼈다.  

  이들은 “수술을 받을 당시에 병원에서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알려준 A4 한 장짜리 ‘눈 미백 수술 주의 사항’에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일 수 있는 증상을 ‘재발’이라고 명기해 놨다. 여기에는 “몸에 상처가 나면 상처 치유능력이 좋아 세포가 너무 과도하게 재생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수술 상처를 재생시키려고 주위 조직으로부터 생겨난 세포들이 너무 많이 두툼하게 치유되는 것이 재발”이라고 적혀있다. 이에대해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명백한 수술 후유증이고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와 함께 눈 미백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분석중이다. 국내에서 눈미백수술을 주로 해 온 한 안과에서 2007년 1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수술을 받은 환자 1800여명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600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과 오성남 담당관은 “시술자와 시술 받은 사람,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명확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평가 결과는 내년 1월에 나온다”고 전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이선희 팀장은 “안과의사들은 결막을 잘라내는 수술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결막을 잘라내는 다른 비슷한 수술보다도 더 많은 결막을 잘라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새로운 의료행위는 보통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 논문을 학회에 발표하는데, 해당 의사의 눈문은 문제가 있었는지 학회지에 게재되지 못했다”면서 “문헌 평가가 어려워 수술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눈 미백 시술을 하는 병원은 몇 곳 있지만, 후유증을 겪고 있는 수술환자 대부분은 특정 안과에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다. <한겨레>는 해당 안과병원 이아무개 실장에게 원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인터뷰는 안한다”며 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 실장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이 내원 날짜를 거의 지키지 않고, 진료 처방에 따르지 않아 발생한 결과에 대해 굉장히 불합리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눈 미백 수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수술은 간단하지만 부작용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수술대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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