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들어와야 들어오는 것”…혐의 입증 자신감
은행권 대출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명목 등으로 40억여원어치의 금품수수 혐의(알선수재)를 사고 있는 천신일(67·사진) 세중나모 회장이 “이달 안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해온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귀국 통보’를 받은 검찰은 “실제로 들어와야 들어오는 것”이라며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는 천 회장 수사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천 회장의 범죄 혐의를 확인했지만, 천 회장은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검찰은 귀국을 종용했지만 천 회장은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귀국을 미뤘다. 공무원이나 은행 임직원들의 업무와 관련한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으면 성립되는 ‘알선수재죄’ 조항이 미국·일본에는 없어 범죄인 인도를 통한 강제송환도 어려웠다. 급기야 검찰은 지난달 28일 천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했지만 천 회장은 요지부동이었다. 늦어도 10월 안에 끝내겠다던 수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천 회장이나 정치권의 불만이 검찰에 직간접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검찰은 천 회장의 귀국을 내심 반기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는 “천 회장 사건은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다. 피할 수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천 회장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처’를 해놓은 검찰은 그가 들어오면 소환조사한 뒤 처벌할 방침이다. 혐의 액수나 장기 외국체류 전력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해 보인다.
천 회장은 지난 8월 서울고법에서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이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새로 유죄가 확정되면 ‘곱징역’을 살아야 하는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판결 확정과 사면 일정 등을 고려해 귀국을 더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검찰이 천 회장의 ‘귀국 통보’를 받고도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