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연평도 마을 뒤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군의 포탄 추진체와 날개. 원 안에 29 라고 새겨진 표시가 2개, y 자가 표시가 1개 보인다. 연평도/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한미 군사훈련 하루 앞두고 군인들만 눈에 띄어
로켓 추진체 또 발견…숫자를 도장으로 찍은 것도
로켓 추진체 또 발견…숫자를 도장으로 찍은 것도
27일 연평도는 강한 바람이 하루 종일 계속됐다. 강한 바람은 주인 없이 폐허로 변한 남부리, 동부리의 골목을 휩쓸었다. 한편 연편도 야산에서 북한의 포탄의 추진제로 추정된는 잔해가 발견돼 지난 23일 포격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날 연평도에는 초속 12~16m의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이 3m가 넘는 파도가 계속 일면서 여객선 출입이 통제됐다. 주인없는 거리는 바람 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불에 탄 주택 주변에는 회색 재가 흩날렸고, 깨진 기왓장이 떨어졌다. 마당 앞에 널린 비닐과 비료포대 자루도 바람에 날렸다.
28일 서해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섬 전체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고, 남은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에 남은 39명의 주민들은 외부 출입을 삼갔다. 길거리에는 군인들과 소방관, 기자들의 모습만이 눈에 띄었다. 중부리 노인회관에 마련된 간이 진료소를 지키는 공중보건의 이아무개(25)씨는 “바람이 창문을 때릴 때나, 주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그날 포격이 생각나 마음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섬 전체에 사이렌이 울렸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전사한 이들을 위해 묵념해주시기 바랍니다”란 방송이 나왔다. 면사무소에 모인 사람들은 묵념을 한 뒤 같은 시각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해병대 연평부대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영결식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
한편 이날 오후 중부리의 야산에서 북한의 방사포 로켓탄 추진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가 발견됐다. 길이 80㎝의 물체는 심하게 찌그러지고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주변에는 날개의 일부로 보이는 20㎝ 잔해도 있었다. 주변 나무들은 불에타 검게 변해있었다.
전날 국방부가 공개한 추진체처럼 지름 약 1㎝의 원에 숫자 29, 알파벳 와이(Y)가 찍혀 있었다. 전날 공개된 손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글씨와 달리 이날 발견된 글씨는 잔해에 도장으로 찍은 것처럼 보였다.
28일 서해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면사무소와 남부리, 동부리 골목에서 만난 주민과 공무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상황이 벌어지면 대피소로 피해야지, 물론 아무일 없이 끝나야 할텐데….”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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