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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연평도 “즉시 대피” 40분간 초긴장

등록 2010-11-28 19:11수정 2010-11-29 08:23

한미연합훈련 첫날

북 해안포 진지서 또포성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백령도도 “불안해죽겠다”

“주민 여러분, 지금 즉시 대피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주민분들은….”

서해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오전 11시15분, 연평도 섬 전체에 다급한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울려퍼졌다. 연평도 건너편 북한 개머리 지역에서 포성이 울린 탓이었다.

연평면사무소 주변의 공무원들과 내외신 취재진,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황급히 연평초등학교 옆 대피소로 뛰었다. “앉아주십시오.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니 앉아주세요!” 대피소를 통제하는 해병대 병사의 외침은 대피한 100여명의 웅성거림에 묻혀 사라졌다. 대피소로 뛰어들어온 대한적십자사 직원 노진백(52)씨는 “위험 지역에 있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진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 옹진군 농협출장소 앞 대피소에도 50여명이 북적였다. 김상숙(83) 할머니는 불안한 표정으로 군용 담요를 꼭 끌어안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김씨 옆에 있는 아들 박철훈(56)씨는 “어머니가 추위에 떠실까봐 덮을 것만 챙겨서 뛰어나왔다”며 “아들이 여기 해병대에 복무중이라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3명의 통역을 위해 연평도에 들어온 이화연(22·제니스 리)씨는 “섬에서 나가려고 선착장에 있다가 군의 연락을 받고 대피소로 왔다”며 “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다는 게 불안하고 무섭다”고 밝혔다. 이씨 옆의 <월스트리트 저널> 취재진은 찡그린 표정으로 한국 기자들에게 상황을 물어봤다. 지난 4월 섬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이성묵(25)씨는 “나 자신도 포격 당시 장면이 생각나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연평도에선 한-미 연합훈련의 시작과 북한 쪽에서 들린 포성, 그리고 대피령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부대의 움직임도 한층 긴박해졌다. 해병부대는 K-9 자주포 발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K-10 탄약보급 장갑차를 새로 배치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다행히 대피령은 40여분 만인 11시57분께 해제됐지만, 군은 이날 밤부터 섬 북쪽 작전지역으로 가는 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긴장감은 연평도뿐 아니라 다른 서해 5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백령도에서 군부대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연평도에 폭격이 벌어진 23일 군인들은 방공호에 들어갔는데, 공사 인부들은 현장에 대기하라고 했다. 심지어 24일에는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백령초등학교 오초유 교사는 “현재 휴업 상태라서 선생님들만 정상 출근하고 있다”며 “출근을 해도 업무가 손에 안 잡히고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백령도 주민 김아무개씨는 “천안함 사건 뒤에 방공호 신축과 보강이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였는데, 아직 그대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연평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취재진 전원의 철수를 통보했다. 국방부는 “연평도는 현재 통합방위 ‘을종 사태’가 선포돼 군사작전을 수행중”이라며 “군이 취재진의 안전문제를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해경에 요청해 이날 저녁 7시에 떠나는 배를 준비했으나, 철수하려는 취재진이 적고 기상이 나빠 배가 뜨지 못했다.

이날 밤 현재 연평도에는 주민 31명과 공무원·복구인원 67명, 그리고 취재진 120여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평도 인천/이승준 임지선 송채경화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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