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지난해 7월 ‘박연차 로비’ 사건 관련 첫 공판을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병치료” 버티다 100일만에 돌아와 입원
검찰, 임천공업서 받은돈 사용처 조사키로
검찰, 임천공업서 받은돈 사용처 조사키로
최소 40억원 이상의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67) 세중나모 회장이 귀국했다. 천 회장은 30일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720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8월19일 출국한 지 100일 남짓 만이다.
검찰 안에서는 수사팀의 거듭된 귀국 종용에도 완강하게 버티던 천 회장이 연평도 포격 등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틈을 타 귀국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일본에 머물던 천 회장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0층 브이아이피(VIP) 병동에 입원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천 회장을 불러 관련 혐의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천 회장의 금품 수수 내역은 △자녀 명의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계열사 주식을 샀다가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은 26억원 △자문료라고 받은 10억원 △서울 북악산 중턱에 건립중인 돌박물관 공사에 기부받은 12억원어치의 철근으로, 모두 합쳐 50억원에 가까운 액수다.
검찰은 천 회장이 국내에 없는 동안 임천공업 관련 조사를 통해 천 회장에게 돈이 건너갔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물증을 확보했다. 또 “천 회장에게 은행 대출과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는 이수우(54·구속 기소) 임천공업 대표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대표에게서 세무조사와 은행 대출 등 각종 청탁 대가로 50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았다는 게 천 회장 혐의의 뼈대다.
검찰은 천 회장에게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캐물을 방침이다. 천 회장에게 적용될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이나 금융기관의 업무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는 것만으로도 성립되지만 천 회장의 혐의를 확증하려면 이 돈의 사용처도 조사해야 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청탁을 받은 천 회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로비 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는지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경남 거제시에 본사가 있는 임천공업에 대한 세무조사에선 담당 기관이 이곳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에서 갑자기 서울지방국세청으로 바뀐 사실도 확인됐다. 천 회장이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천 회장의 얼굴 자체가 권력인데 직접 누군가에게 돈을 주며 청탁을 했을까 싶다”며 “수사팀이 수사를 탄탄하게 해놓았기 때문에 천 회장도 혐의를 일정 부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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