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으로 뭍으로 피난을 갔다 돌아온 연평도 주민들이 2일 오후 집 마당에서 김장을 담그고 있다.
연평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 연평도 포격 이후]
르포 불안한 연평도 주민들
열흘만에 돌아온 주민들
부서진 집 복구하고
일부는 미뤘던 김장 담가 2일 군 훈련 날씨로 취소
어장조업 통제도 풀렸지만
“이 상황 언제까지 이어질지…” 2일 낮 연평도 당섬선착장은 여객선에서 내리는 주민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섬에는 49명의 주민이 들어오고 22명이 나가, 전날보다 27명이 많은 86명의 주민이 남게 됐다. 이날 낮 여객선이 들어온 뒤 섬은 잠시 활기를 되찾았다. 연평초등학교에 위치한 임시주거시설에 상하수도를 연결하기 위해 포클레인이 기계음을 냈고, 섬에 돌아온 사람들은 부서진 창문을 갈아끼우고 난장판이 된 마당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밖에 나가 있느라 하지 못했던 늦은 김장을 서두르는 집도 눈에 띄었다.
쫓기듯 나가 열흘 만에 섬에 돌아온 주민들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문옥자(74)씨는 배에서 내릴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져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울었다. “포격 다음날 나갔다가 이제 돌아왔는데 눈물만 나네요.” 섬에 내려 눈물을 흘리는 이들 뒤로는 잠깐 집에 들렀다 다시 인천으로 나가려는 주민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뒤 주민들의 시선은 이제 우리 군의 사격훈련 재개에 쏠렸다. 이날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군의 포사격 훈련은 연평도 주변의 짙은 안개 때문에 실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훈련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섬에 남아 있는 이들이나 돌아온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쟁을 경험했으니 그나마 난 불안이 덜하지만 젊은 사람들이야 많이 다르겠지…. 주민들이 없으니 요즘엔 정말 쓸쓸해.” 남부리에서 만난 이유성(83)씨는 섬에 남은 주민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지만, 군에서 일하는 아들과 손자 때문에 섬을 떠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사람들이 돌아오지,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리 집 마당에서 굴을 까던 장아무개(65)씨도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냐? 정말 끝도 없이 가는 거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날 섬에 아내와 함께 돌아와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마음이 급했다. 아내 이아무개(60)씨도 마당 한쪽에서 선원들에게 줄 김장김치 100포기를 담그느라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장씨는 “한 번 더 일이 터지면 그때는 정말 모든 주민이 이주해야 할 텐데, 연평도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경황이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들도 당장 살아야 되지 않겠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라도 자세히 일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옹진군은 이날 통합방위협의회를 열어 연평도 남쪽 연평어장에 내려진 조업 통제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날 바다에 던져놓은 그물만 살펴본 뒤 돌아왔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바다의 그물이 많이 손상됐고, 선원들도 복귀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조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부서진 집 복구하고
일부는 미뤘던 김장 담가 2일 군 훈련 날씨로 취소
어장조업 통제도 풀렸지만
“이 상황 언제까지 이어질지…” 2일 낮 연평도 당섬선착장은 여객선에서 내리는 주민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섬에는 49명의 주민이 들어오고 22명이 나가, 전날보다 27명이 많은 86명의 주민이 남게 됐다. 이날 낮 여객선이 들어온 뒤 섬은 잠시 활기를 되찾았다. 연평초등학교에 위치한 임시주거시설에 상하수도를 연결하기 위해 포클레인이 기계음을 냈고, 섬에 돌아온 사람들은 부서진 창문을 갈아끼우고 난장판이 된 마당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밖에 나가 있느라 하지 못했던 늦은 김장을 서두르는 집도 눈에 띄었다.
쫓기듯 나가 열흘 만에 섬에 돌아온 주민들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문옥자(74)씨는 배에서 내릴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져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울었다. “포격 다음날 나갔다가 이제 돌아왔는데 눈물만 나네요.” 섬에 내려 눈물을 흘리는 이들 뒤로는 잠깐 집에 들렀다 다시 인천으로 나가려는 주민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뒤 주민들의 시선은 이제 우리 군의 사격훈련 재개에 쏠렸다. 이날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군의 포사격 훈련은 연평도 주변의 짙은 안개 때문에 실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훈련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섬에 남아 있는 이들이나 돌아온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쟁을 경험했으니 그나마 난 불안이 덜하지만 젊은 사람들이야 많이 다르겠지…. 주민들이 없으니 요즘엔 정말 쓸쓸해.” 남부리에서 만난 이유성(83)씨는 섬에 남은 주민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지만, 군에서 일하는 아들과 손자 때문에 섬을 떠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사람들이 돌아오지,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리 집 마당에서 굴을 까던 장아무개(65)씨도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냐? 정말 끝도 없이 가는 거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날 섬에 아내와 함께 돌아와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마음이 급했다. 아내 이아무개(60)씨도 마당 한쪽에서 선원들에게 줄 김장김치 100포기를 담그느라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장씨는 “한 번 더 일이 터지면 그때는 정말 모든 주민이 이주해야 할 텐데, 연평도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경황이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들도 당장 살아야 되지 않겠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라도 자세히 일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옹진군은 이날 통합방위협의회를 열어 연평도 남쪽 연평어장에 내려진 조업 통제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날 바다에 던져놓은 그물만 살펴본 뒤 돌아왔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바다의 그물이 많이 손상됐고, 선원들도 복귀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조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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