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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안정한 NLL 해법은 남북 평화협정 맺는것

등록 2010-12-03 08:43

‘서해 5도’ 논문 쓴 백령도지킴이 김필우씨
‘서해 5도’ 논문 쓴 백령도지킴이 김필우씨
‘서해 5도’ 논문 쓴 백령도지킴이 김필우씨
“섬 주민들 육지로부터 고립”
이동권 보장 투쟁하다 고초
“포격피해 대책 없어 막막”
지난달 29일 백령도에서 김필우(62·사진)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면장갑에 고무장화를 신고 집앞 텃밭을 돌보고 있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을 때도 고개만 끄덕일 뿐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손을 놓지 않았다. 그 뒤 여러 차례 그와 마주쳤어도 좀체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를 두고 ‘연평도 포격으로 고립된 백령도의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할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김씨 가족은 9대째 백령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2월 <서해 5도서의 지역적 특성과 이동권 보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인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해 5도가 왜 고립됐고, 주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꼬박 3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김씨는 논문에서 “1953년 유엔군이 선포한 북방한계선(NLL)은 해상 군사 분계선이 아닌 ‘최북단 해상 순찰 제한선’ 수준이어서 서해 5도 해상이 아직도 화약고로 남게 된 것”이라며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북방한계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해 5도를 파고드는 그의 집념은 논문을 넘어선다. 파도가 3m만 돼도 여객선 운항을 못 하는 섬 주민들의 이동권 문제 해결에도 힘썼다. 그는 1995년 백령도 여객선 대책위원장을 맡아 백령도 주민들의 여객선 승선비 인하 투쟁을 이끌었고, 그 때문에 당시 직장이던 옹진축협에서 면직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인천시의회 의원이 되어 서해 5도 주민의 뱃삯 대부분을 인천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제정했다.

현재 백령도 농협조합장인 그는 “백령도 주민의 이동권 문제는 서해 5도의 고립 문제와 본질이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해방 전 백령도의 주민들이 뭍으로 나가려면 섬에서 17㎞ 떨어진 북한의 장산곶으로 갔지만, 분단 이후엔 180㎞나 떨어진 인천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그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김씨는 “불안정한 북방한계선을 그어 놓고 서해 5도 주민들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한심한 발상”이라며 “우리가 무슨 인간방패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백령도를 떠날 생각은 없지만, 섬 주민들이 고립된 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다는 점을 국가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가 최근 겪고 있는 백령도의 현실은 그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관광객이 끊기고 최근엔 어선들의 조업마저 멈췄지만, 국가는 이를 감수하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령도 주민 20여명이 나서 지난 1일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백령도 내의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더구나 백령도 주민들 중엔 김장과 추곡 수매 등이 마무리되는 12월 중 섬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 많아, 올겨울 백령도는 더욱 황량한 섬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부터 백령도 내 초·중·고의 휴업이 종료돼 정상 수업이 시작되지만, 백령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의 20% 이상이 섬을 빠져나간 상태여서 기말고사가 제대로 치러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백령도/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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