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미약품, 과징금 부과 정당…액수 삭감도 안돼”
2003년 3월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 동안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의학 학회인 ㄱ학회의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는 이 학회 소속 의사 59명과 그 가족들이었다. 골프·바다낚시·꿩사냥·테마관광 등 빽빽한 일정의 이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1억2000만원. 이 비용은 전적으로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이 댔다.
한미약품은 또 2002년에는 자사 관절염 치료제를 월 500만원어치 이상 처방해 준 21개 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필리핀 세부·제주도 골프 여행 등을 보내는데만 3645만원을 썼다. 이 회사는 또 병원 송년회비·간호사 세미나 비용 등의 명목으로 현금·노트북·상품권 등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이 병·의원들에 지급했다.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는 ‘리베이트’의 일환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업계의 이런 관행을 조사한 뒤 △한미약품에 51억여원 △중외제약에 32억여원 △유한양행에 21억여원의 과징금을 각각 물리고 시정을 명령했다. 이에 이들 제약사는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법원은 병·의원과 의사에 대한 제약회사의 각종 지원행위는 불법 판촉이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한미약품이 낸 소송 상고심에서 “공정위가 애초 부과한 과징금 50억9800만원을 모두 무는 것이 정당하다”며 1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했던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최근 잇따라 상고심 판단을 받은 중외제약·유한양행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약회사가 의료기관 등에 기부금이나 비품 제공, 학회 지원 등의 명목으로 현금이나 물품 등을 지원한 것을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제약회사의 판매비 및 관리비가 매출액의 35%에 달하는 것은,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의 질 경쟁보다 의료인에 대한 판촉 활동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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