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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실’과 ‘이성’ 유산 남기고…“선생님 편히 쉬시길”

등록 2010-12-08 20:06수정 2010-12-09 16:43

고 리영희 선생을 실은 운구차량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들러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고 리영희 선생을 실은 운구차량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들러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마지막 길 ‘민주사회장’ 엄수
각계인사 300여명 ‘임을 위한 행진곡’ 배웅
유족들 유골함 앞에서 참았던 눈물 쏟아내
“야만의 시대에 이성의 잣대를/ 허위의 시대에 진실의 빛을/ 불의의 시대에 정의의 깃발을/ 높이 세워주셨던 리영희 선생님!/(중략)/ 허위와 불의, 굴종을 참지 않으셨던/ 청죽 같던 선비와 그의 시대가 갔습니다.”(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추도사 중)

8일 아침 리영희(81)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결식장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할 300여명의 ‘벗’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정과 함께 흰 국화꽃이 수놓인 흰 천에 싸여 고인의 관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눈에 슬픔이 가득 찼다. 공동장례위원장인 고은 시인은 흰 천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신홍범 두레출판사 대표는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진실’과 ‘이성’이라는 두 말을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이성을 잃고 광기마저 드러내며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는 오늘의 언론을 보면서 이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계를 대표해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천하의 리영희 선생님’이 여기 계셔서 진실을 더 보여주시기를 갈망하는 욕심은 이제 버려야겠다. 부족하지만 저희가 한가닥 한가닥의 사랑을 그물처럼 엮어 이 사회 맨 밑바닥에 깔아가는 정성을 다시금 모아야겠다”고 추도했다.

유족을 대표해 고인의 장남 이건일(50)씨는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오셨다. 편하게 쉬셔야 하는 순간까지 병과 싸우면서 고통스럽게 보내셨다”며 “이젠 편히 쉬실 수 있는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8일 오후 리영희 선생 민주사회장에 참가한 유족과 장례위원, 시민들이 고인이 안장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8일 오후 리영희 선생 민주사회장에 참가한 유족과 장례위원, 시민들이 고인이 안장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오전 9시30분께 염태영 수원시장 등의 영접을 받으며 경기도 수원시 수원연화장에 도착했다. 고인의 유골이 유골함에 담기자 부인 윤영자씨 등 가족들이 오열했고, 오전 11시40분께 고인의 유해는 장지인 국립 5·18민주묘지로 향했다.

이날 오후 4시 국립 5·18묘지에서 거행된 안장식에는 김정길 광주전남 장례위원장과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정수만 5·18유족회장 등 지역 인사와 시민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고인의 모교인 한국해양대의 후배 학생들과 교수 등 25명과 고인이 재직했던 한양대 학생들도 안장식에 참석했다. 해양대생 김병주(23·해사수송과학부4)씨는 “지난해 봄 모교에서 특강을 하실 때 지팡이를 짚으셨지만 정정하고 건강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후배들이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삶의 지표와 정신적 자세를 제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준태 시인은 <전쟁광들에게 조종(弔鐘)을 울려라-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는 추모에 붙여 경고함>이라는 추모시를 통해 “오늘, 지금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휴지처럼 갈가리 찢긴 분단과 분열의 땅속에/ 리영희 선생님을 묻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저 야만의 무리에게 조종을, 그리하여 우리들 통일의 큰종을 울리자”라고 고인의 뜻을 새겼다. 고인의 손녀 오지혜(20)씨도 “할아버지가 세상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할아버지가 쓰신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대의 양심’이었던 리 선생은 이날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영면했다.

황춘화 기자,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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